어제 ‘슈퍼 주주총회 데이’
조, 2대 주주 호반 찬성에 재선임… HMM, 노조가 반대하는 이사 선임
현대차, 사업목적에 ‘車 대여’ 추가… SKT, 비과세 배당 안건 통과시켜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리며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로 불린 26일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주총을 열고 다양한 안건을 결정했다. 한진칼은 연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HMM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앞두고 사외이사 선임을 놓고 진통을 겪었다. 상법 개정안 개정 이후 첫 주총을 맞아 대규모 주주 친화 정책을 내놓은 기업도 적지 않았다.
● 이사 선임, 본사 이전 두고 갈등
이날 가장 주목받은 주총으로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꼽힌다. 조 회장은 이날 국민연금(지분 5.44%)의 반대 속에서 ‘캐스팅 보트’인 2대 주주 호반그룹의 찬성을 얻으며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찬성률은 93.77%였다.
한진칼 주총은 호반그룹이 조 회장 재선임에 반대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한진칼 지분을 계속 사들여 온 호반그룹은 지난해 말 지분을 18.78%까지 끌어올렸다. 대주주 조 회장 측과의 지분 차이가 1.78%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조 회장 측이 연말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리더십 지속’이 중요하다고 호반그룹을 설득한 것이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양측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우호 세력 지분을 합치면 과반을 넘는 만큼 (호반그룹의) 경영권 위협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 이유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왜 그럴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본사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HMM 주총에서는 노사 긴장이 이어졌다. 노조가 ‘거수기용 인사’라며 반발해 온 안양수 전 법무법인 세종 고문,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 부교수 등 2명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날 이뤄졌다. 안 전 고문은 HMM 최대 주주이자 부산 이전을 찬성하는 산업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냈고, 박 부교수는 부산 지역 인사다.
최원혁 HMM 대표는 “두 후보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이라는 독립적 위치에서 회사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인원을 6명에서 5명으로 줄여 향후 부산 이전 의결을 쉽게 만들었다는 노조 지적에 대해서도 “정관에 부합하는 단순 인원 수 조정”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HMM 노조는 이사회가 추후 부산 이전을 의결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사업 확장, 주주환원도 주요 안건으로
한편 이번 주총에서 일부 기업들은 사업 분야 확장을 공식화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기기 판매 호황을 누리는 LS일렉트릭은 이날 정관상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업’을 추가했다. 전력기기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고 유지·보수하는 솔루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취지다. 이날 주총을 연 현대자동차도 사업목적에 ‘자동차 대여사업’을 추가했다. 다만 현대차 측은 “렌터카 사업 직접 진출 계획은 없다”며 “영세 렌터카 업체의 원활한 신차 차량 조달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기술기업 전환 가속화를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강조했다. 무뇨스 사장은 “AI, 로보틱스, 자율주행을 아우르는 ‘하이테크 모빌리티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는 제네시스 G90에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채로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레벨2’ 기술을 탑재해 올해 내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기조에 발맞춘 주주환원 정책 확대도 이번 주총의 주요 화두였다. 이날 SK텔레콤 주총에선 ‘자본준비금 감소(비과세 배당)’ 안건이 통과됐다. 1조7000억 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은 배당 소득세 없이 일반배당보다 많은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다. 2025년 주당 배당금은 1660원으로 확정됐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부득이하게 배당을 줄여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해는 실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주주 친화적 정책을 이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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