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파업 조짐이 보이면서 5월이 삼성 관계사들의 ‘춘투(春鬪)’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발(發) 고유가·고환율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위기 상황에서 노사 리스크가 겹치며 한국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특히 이달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 이후 대형 사업장에서 불거진 첫 쟁의 조짐이라는 점에서 삼성 관계사 노사 갈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사측과 집중 교섭에 돌입했다. 당초 노조는 5월 총파업을 예고하며 강경 노선을 고수했으나, 지난 24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노조 집행부의 면담 이후 교섭 재개로 선회했다. 공투본 측은 협상이 길어질 경우 주말 교섭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며, 최종 결과는 교섭 종료 후 공개할 예정이다.
노사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SK하이닉스 수준의 성과급 확대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상한선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주주 환원 및 미래 투자 재원 확보, 부서 간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임금 인상안 역시 노조 측은 7%를, 사측은 6.2%를 각각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협상 결렬 시 다음 달 23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일정을 세워뒀다.
삼성의 다른 핵심 관계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파업 기로에 섰다. 노조는 사측과의 13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24~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양측 대립의 핵심은 임금 인상폭과 노조의 경영·인사권 개입 여부다. 노조는 평균 13~14% 수준의 임금 인상, OPI 상한 폐지 등과 함께 채용, 승진, 기업 분할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측은 6.2% 임금 인상안을 고수하며, 노조의 경영 참여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고객사 요구에 맞춘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 특성상,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사전 합의 요구는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시장에서는 거시 경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노사 갈등에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산업이 모처럼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가운데, 이번 파업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 내 삼성전자의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가 5조~10조 원 규모의 피해를 볼 수 있으며, 고객사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는 삼성발(發) 노사 갈등이 타 기업으로 연쇄 확산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국내 주요 기업들은 양대 노총의 임단협 지침이 내려오는 4~5월경 본격적인 교섭을 시작해 여름철 이른바 ‘하투(夏鬪)’로 이어진다. 반면 삼성 계열사들은 매년 3월을 새로운 임금 인상률이 적용되는 회계 기준으로 삼아, 전년도 12월부터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3월 내에 교섭을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올해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갈등이 예년보다 장기화했다는 점이다. 조기에 시작된 삼성의 노사 갈등이 타 기업들의 전통적인 춘투 시기와 맞물리면서, 역설적으로 산업계 전반의 투쟁 동력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이달 10일 본격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재계의 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쟁의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의 갈등을 넘어 새 노동법 체계 아래서 나타나는 첫 대형 분쟁 사례로 간주하고,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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