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성과 내기보다는 삶의 여유 찾고 싶어”[IT팀의 테크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6일 00시 30분


159개국 8만명 인터뷰해보니

뉴시스
인공지능(AI) 사용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람들이 AI에 바라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더 많은 성과가 아니라, AI의 힘을 빌려 조금이라도 ‘삶의 여유’를 되찾는 것 말이죠.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드’의 개발사 앤스로픽은 최근 ‘8만 명 인터뷰’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범용인공지능(AGI)·자동화 같은 거시 담론에 가려졌던 실제 개인들의 AI 체감도를 들여다본 조사였는데요. 지난해 12월 일주일간 159개국 8만508명을 대상으로 70개 언어로 진행된 이 조사는 방법론부터 남달랐습니다. 획일적인 객관식 설문 대신 클로드 기반 AI 인터뷰어가 응답자와 일대일 심층 대화를 나누며 답변 흐름에 따라 후속 질문을 유연하게 이어갔습니다. 정성 연구에서 오랜 숙제인 ‘규모’와 ‘깊이’의 딜레마를 AI로 풀어낸 첫 시도란 평가도 나옵니다.

“하루에 의사·간호사에게 100∼150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기록 업무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환자 가족에게 설명할 여력조차 없었죠. AI 도입 이후 그 짐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미국 헬스케어 업종 종사자의 말처럼, AI에 기대하는 역할을 묻자 ‘업무 생산성 향상’(18.8%)이란 답변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솔직한 속내가 드러났습니다. AI로 더 높은 성과를 내기보다는, 이메일 체크나 세금 처리 등 일상생활의 갖가지 잡무를 줄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며 ‘일상적 관리 부담 축소’(14.0%)에 대한 바람을 내비친 것이죠.

‘로봇의 인류 지배’와 같은 이야기는 아직 사용자들에게는 먼 미래였나 봅니다. AI에 대한 불안과 관련해서도 허위 정보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 등 신뢰성 문제(26.7%)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외주 작업이 AI로 대체되면서 생기는 실직(22.3%) 우려가 뒤를 이었습니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인간 주체성 상실(21.9%)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습니다.

AI에 대한 지역별 온도 차도 뚜렷했습니다. 아프리카·남미·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선 경제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대가 높았던 반면에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선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감시와 거버넌스 공백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짙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AI 업계에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더 많은 성과가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로운 일상이었습니다. 빠르고 똑똑한 AI를 넘어, 삶을 편하게 해줄 AI가 사람들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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