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大法 판결에도 ‘초중고 기초학력 진단’ 비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5일 04시 30분


“학부모 알권리 제한” 지적에
“학교간 서열화 막아야” 맞서
작년 이어 지역-학교별 공개 안해
학생에 개별적으로만 전달 방침

지난해 대법원이 초중고교생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조례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도 지역별, 학교별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지역 간 서열화를 막기 위해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학생에게 개별적으로만 전달할 방침이다. 하지만 ‘학부모의 알 권리’와 ‘맞춤형 교육’을 위해 완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기초학력 진단 결과 학교별 공개 안 해”

서울시교육청은 24일 “현재 진행 중인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지역, 학교별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일부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일선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학생에게 개인별 결과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주로 3, 4월(초1은 2학기)에 전년도에 배운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년도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에게 맞춤형 학습 자료 등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서열화 등을 우려한 교육감들은 그동안 결과 공개를 꺼려 왔다.

서울시교육감은 기초학력 진단의 학교·지역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조례를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조례안은 학교 교육에 대한 서울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기초학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며 조례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학교·지역별 결과가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완전 공개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비공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학부모 알 권리” vs “서열화” 논란 여전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해놓고도 결과 공개가 제한적이다 보니 학부모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진단검사 결과를 제대로 통보받았다는 학부모는 3명 중 1명에 그치는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9∼11월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응답자의 67.6%는 진단 결과를 받은 적이 없거나 통보 사실도 모른다고 답했다.

또 학부모의 73.5%는 진단검사 결과 통지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응답을 한 학부모는 26.5%에 그쳤다. 최미숙 학교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일선 학교가 학부모에게 관련 결과를 통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지역, 학교별 결과도 일괄 공개해 기초학력 미달 등 ‘부실 학교’를 학부모가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학교장은 진단검사 결과를 매년 학교 운영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지만 실시 여부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공개 범위 등도 각 학교 운영위원회가 결정해 학교마다 상황이 제각각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상당수 학교가 성적이 떨어지는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만 개별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며 “통보를 받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기초학력 미달이 아닌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단 결과 완전 공개가 학교 및 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긴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학교 단위로 특정 학교의 평균 점수까지 공개되면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며 “학생의 정확한 학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개별 학생과 학부모에 한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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