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38도 이상땐 ‘폭염중대경보’… “배달 앱 중지 등 강제력 필요”

  • 동아일보

기상청 폭염 정책 토론회
현행 주의보-경보 2단계 체계 개편… 경보 피로 해소하고 극단 고온 안내
폭염중대경보-열대야주의보 등 6월부터 신설된 경보체계 시행
전문가 “강제력 없어 효과 의문”

올해 여름부터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하루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인 상황이 하루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다. 폭염주의보, 폭염경보로 이어지는 현행 2단계에 상위 체계를 도입해 과거보다 높아진 여름철 기온과 온열질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폭염경보 발령이 잦아지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낮아졌고 ‘경보 피로’가 누적된 점도 폭염중대경보가 도입된 배경으로 꼽힌다.

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의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면 ‘열대야주의보’가 발령된다. 기존에는 밤더위의 정도를 알리는 국가 경보 체계가 없었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는 6월 1일부터 운영된다”고 밝혔다.

● 2명 중 1명 “주야간 극단 고온 안내해야”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 신설 정책 토론회에서 이미선 기상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 신설 정책 토론회에서 이미선 기상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 신설 정책 토론회를 열고 새 경보 체계의 도입과 기준 설정 배경을 설명했다. 기상청이 체감온도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감온도 38도, 기온 39도가 온열질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변곡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폭염중대경보의 발령 기준을 새로 정하고, 이튿날에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7도 이상이거나 하루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경보를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해제하기로 했다.

지난달 5∼19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1260명 중 48.6%가 폭염중대경보 필요성에 7점 만점 기준에 6점 또는 7점을 줬다. 또 56.4%가 “극단적 고온에 대해 안내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열대야주의보에 대해서도 새 경보 체계 도입 필요성과 야간 고온 안내 필요성에 대해 각각 43.3%, 52.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가 발령되면 일상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한 응답자는 각각 41.3%와 40.3%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가 10년에 1번꼴로 발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폭염중대경보가 운영됐다면 몇 차례 내려졌을지 추정한 결과 연평균 0.09회에 그쳤다. 폭염중대경보는 기상청 총괄예보관 명의로 발표되는 다른 특보와 달리 기상청장 명의로 발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망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극단적 고온이 예상될 때 발령하는 최상위 특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폭염주의보 발령 지역의 밤 최저기온을 고려해 발령되는 열대야주의보는 특별시·광역시·인구 50만 이상 대도시·해안·섬 지역은 밤 최저기온이 26도 이상, 제주는 27도 이상이어야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더위에 대한 적응도를 고려해 기준에 차등을 뒀다. 2018∼2025년 열대야주의보가 있었다면 연평균 5.4회 발령됐을 것으로 추산됐다.

● “신설 경보 체계, 강제력 있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폭염 등 기후변화와 온열질환 전문가들이 참석해 신설되는 경보 체계의 실효성과 국내 재난관리 체계의 문제점 등을 짚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폭염중대경보에 강제력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낮 시간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중지되는 정도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훈련이 없다면 기존 폭염경보와 큰 차별점이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철 국립한국농수산대 농업안전학 교수는 “농민들은 새벽부터 일하다가 오후 3시쯤 쓰러져 다음 날 아침 발견되는 게 전형적인 사고 케이스”라며 “온도로만 (폭염특보 기준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농업인, 농촌과 같이 직업과 지역에 따른 경고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과 언론 홍보를 통해 온열질환 피해 양상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윤진 질병관리청 기후보건건강위해대비과장은 “여름철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해 보니 2024년에는 논밭에서 일하다 사망한 경우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실외 작업장에서 사망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한 폭염 대책 활동과 언론을 통한 안내가 어르신들이 밭일하다 돌아가시지 않게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 발생 장소는 실외 작업장(1431명)이 가장 많았고 논밭(542명), 길가(522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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