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은아]에너지원 90% 수입하는 韓… 덜 쓸 방법부터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9일 23시 15분


조은아 경제부 차장
조은아 경제부 차장
고유가 위기에 ‘자동차 10부제’가 시행될 수 있다고 한다. ‘생업 때문에 매일 트럭을 몰아야 하는 사람은 어쩌나’ ‘10부제는 강제인가 선택인가’ 등 벌써 논란이 뜨겁다. 민간에서 10부제가 실시되면 걸프전으로 유가가 급등한 1991년 이후 35년 만이라, 정부로서는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런 에너지 수요 억제책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인데도 너무 편하게 물 쓰듯 에너지를 소비했다. 한국 에너지 자급률은 18%가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한국은 석유, 가스 등 에너지원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꼽혔다.

에너지원을 더 들여오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에너지를 덜 쓸 방법도 중요하다. 정부가 기름값 급등을 막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1800만 배럴을 급히 구할 정도로 고유가 위기가 심각하긴 하다. 하지만 석유 절약 대책은 그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전기 소비도 마찬가지다. 전기의 원료인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만큼 전기 낭비 방지도 절실해졌다. 전기 아껴 쓰기에 저렴한 전기요금이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4년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06.3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캐나다뿐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선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다’는 말은 많아도,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한국 전기요금이 유독 저렴한 이유는 정부의 가격 통제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기는 공공성이 크니 유가가 오른다고 쉽게 올리긴 어려워 정부가 통제한다. 과거 정부가 낮게 설정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 성장에 큰 힘이 됐다. 우리가 반도체, 철강 등에서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과도하게 거스르는 정치적 가격 통제는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들이 생겨나도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동결할 때가 많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올랐지만, 유권자들이 더 민감해하는 주택용, 일반용(상업시설용)은 2023년 5월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불어난 수요를 감축하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는데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땐 단순한 수급난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일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유가가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으며 안 그래도 변동성이 심한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안정선인 1500원 선을 깼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 LNG 가격은 200% 폭등하고, 국내 산업 생산비는 평균 9.4% 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에너지 수급 관리가 안보의 핵심이 된 현실에 맞게 전기요금 결정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고유가#자동차 10부제#에너지 수요 억제#한국 에너지 자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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