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걷고, 줄이고, 바꾸고, 꺼야… ‘에너지 다이어트’로 위기 넘을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8일 23시 30분


26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2026 동아 에너지 이노베이션 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AI & Power 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2026 동아 에너지 이노베이션 포럼이 열리는 가운데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AI & Power 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중동 사태로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바닷길이 다시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파괴된 중동의 석유 시설과 항만 등 공급망이 복구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전쟁이 세계 원유시장에 역사상 최대의 공급망 교란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208일분의 비축유에 더해 18일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1800만 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확보했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걸로 안심할 수 없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많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석유 가격을 통제하고 유류세를 인하하면 공급 충격을 일시적으로 덜어줄 수 있지만, 에너지 절약 유인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으면 석유와 가스 구입을 위한 외화 지출이 늘어나고, 가격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IEA는 정부 지원과 생활 속 행동 변화만으로도 단기에 에너지 소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난방 온도를 1도 낮추면 에너지를 약 7% 줄일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10km만 속도를 줄여도 연간 60유로(약 10만2800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으면 에너지 절약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K패스처럼 정액제 교통카드를 활용해 대중교통 이용량에 따라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 재택근무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낡은 건물의 창호나 효율이 떨어지는 가전제품만 바꿔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보상하는 한국전력의 ‘에너지 캐시백’ 제도, 저소득층이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이 효과적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원자력발전이나 태양광,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중동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걸프전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1991년 이후 35년 만에 자동차 10부제 등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 대신 한 걸음 더 걷고, 난방이나 온수를 더 줄이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고, 전자제품은 한 번 더 끄는 ‘에너지 다이어트’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위기 극복법이다.



#중동 사태#호르무즈 해협#국제유가#비축유#국제에너지기구#원유 공급망#에너지 소비#유류세 인하#대중교통 이용#에너지 절약 정책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