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 안다” 反트럼프 판사에 ‘의문의 피자 배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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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집에 주문 안한 배달 잇따라
강성 트럼프 지지층 ‘테러’ 가능성
“사법부에 대한 위협”… 수사 착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전역의 연방법원 판사의 자택에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 배달이 이뤄져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판사는 숨진 자녀의 이름으로 피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피자를 전달받은 판사들은 대부분 반(反)이민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관한 소송을 맡았다. 강성 트럼프 지지층이 해당 판사에게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위협을 가하기 위해 피자를 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올 2월부터 수도 워싱턴, 뉴저지주 등 최소 7개 지역의 연방판사 자택으로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배달됐다.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 소속 J 미셸 차일즈 판사는 최근 수개월 동안 7차례나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집에 오는 경험을 했다.

차일즈 판사는 올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자 감찰기관 ‘특별조사국(OSC)’의 햄프턴 델린저 국장을 이유 없이 면직한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을 내린 직후 피자 배달이 시작됐고, 그가 강연 등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할 때마다 배달이 이어졌다고 WP는 전했다.

히스패닉 여성인 에스더 살라스 뉴저지주 연방법원 판사 또한 최근 2020년 총기 테러로 숨진 아들 대니얼의 이름으로 온 피자를 받았다. 당시 살라스 판사가 맡았던 사건의 변호사가 피자 배달원으로 위장해 그의 자택을 방문했다. 이 변호사는 총으로 대니얼을 쏴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했다. 이런 아픔을 가진 살라스 판사는 원치 않는 피자 배달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사법부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몇몇 판사를 실명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피자 테러’ 같은 전대미문의 행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베네수엘라인 수백 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려 한 조치를 중단하라고 명령한 워싱턴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를 탄핵하겠다고 위협했다.

야당 민주당은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에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폭력을 예고한 명백한 ‘스와팅(swatting)’의 일종이라고 우려했다.

#피자 배달#미국#도널드 트럼프#피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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