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관리비 낮고 객관적 투자 결정
작년 관련 펀드 수익률 14.02%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성향 맞춰 자동 자산배분
IRP 계좌당 연 900만 원 한도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시장에서도 AI가 고객자산을 알아서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공학 등의 고전적인 방법과 머신러닝(기계학습) 등의 인공지능 방법론을 활용하는 금융상품이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 리밸런싱(투자자산 분배 재조정) 결정 등을 자동으로 관리해준다. 주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고객의 재정 목표와 위험 수용 능력, 투자 기간 등을 분석하고 각종 금융 시계열 데이터,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과 투자자산의 방향성 등을 예측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이끌어 내는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로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자문형 서비스와 이를 활용한 펀드 상품(실제 매매는 투자자 혹은 운용자가 실행)이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매매까지 자동화된 일임 서비스가 시작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일임 서비스를 로보어드바이저 유형에 한해 허용함으로써 더욱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렴한 운용보수에 장기 투자에 적합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펀드의 수익률은 14.02%다. 2022년(―17.49%)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관련 펀드의 수는 14개로 설정액은 약 795억 원이었으나 순자산은 약 1019억 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주식과 채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금융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장점은 무엇보다 자동화된 투자 관리로 고객들이 일일이 투자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포트폴리오 구성을 자동화·시스템화함으로써 유지·보수에 강점이 있으며 투자 자산과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기존 투자 관리 방식에 비해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관리 비용이 낮다. 이에 장기 투자의 경우 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또한 객관적인 투자 결정도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감정이나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객관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투자 시 주의 사항도 존재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수많은 금융시장의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서 결론을 도출하긴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또한 시장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은 피할 수 없고 이에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측면이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일관된 투자 자산 및 변동성을 고수하고 대체로 자산 배분이나 EMP(ETF Managed Portfolio)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장기적인 투자에 적합하고, 파생상품, 테마주 등의 고위험군 투자를 통한 단기에 큰 폭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다.
관련 시장에서 4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대신자산운용 자산솔루션본부 AI리서치팀 박주환 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상품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의 비용 절감과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갈수록 더 많은 투자자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퇴직연금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장려’
지난달 28일부터 퇴직연금 시장에도 로보어드바이저가 진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원리금보장형상품에 쏠린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17개 투자일임업자가 신청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파운트투자자문(투자일임업자)과 하나은행(퇴직연금사업자)이 최초로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관련 금융사들이 속속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는 투자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자동 생성하고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운용을 지시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IRP 가입자가 적립금 운용을 직접 지시해야 했으나 투자 일임업자의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입자를 대신해서 운용을 지시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사업자의 IRP 계좌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금융회사당 1개 계좌만 보유 가능하다.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가입 한도는 IRP 계좌당 연간 900만 원이며 매년 900만 원씩 증액이 가능하다. 또한 하나의 IRP 계좌에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과 로보어드바이저가 일임운용하는 방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사업자 외에 다른 사업자의 서비스 출시도 적극 지원하는 등 동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기간(최대 4년) 중 수익률 현황 등 운영 성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성과가 확인되는 경우 법률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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