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1% 큰손들 ‘국장’ 유턴… ‘미장’ 투자비중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3일 03시 00분


포트폴리오 조정하는 고액자산가들
올들어 美증시 급락, 한국은 반등… 해외주식 비중 10% 밑으로 축소
국내주식은 31.6→35%로 높여… 국내외 채권 투자도 늘려 위험분산

올해 들어 상위 1%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해외 주식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고공행진한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부진한 반면에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가 반등하자 자산가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액자산가들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큰 수익을 볼 수 있는 해외 채권 투자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증시로 유턴한 고액자산가

12일 동아일보가 NH투자증권의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국내 주식과 해외 채권 비중은 늘리고, 미국 등 해외 주식 비중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고 국내 주식을 줄인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분석 대상 고액자산가는 지난해 말(2146명), 올 2월 말(2252명) 기준 자산이 30억 원 이상인 고객이다. 자산 1억 원 이상 고객이 20만 명 이상인데, 그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자산가다.

구체적으로 고액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대주주 지분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1.63%에서 올 2월 말 35.03%로 3.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해외 주식은 같은 기간 12.38%에서 9.45%로 2.9%포인트 줄었다.

주식 보유액은 추가로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늘린 금액(유입액)과 보유 중인 주식 가치가 올라 늘어난 금액(평가금액)이 반영된다. 다만 증시 변동 폭보다 더 크게 잔고가 변화한 만큼 단순히 주식 평가금액에 따른 변동이 아니라 국내 주식 유입과 해외 주식 유출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대비 올 2월 말까지 코스피는 5.6%, 코스닥은 9.7% 상승했는데 자산가들의 국내 주식 잔고는 13.9%나 늘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2% 상승, 나스닥종합지수는 2.4% 하락했는데 자산가들의 해외 주식 잔고는 21.5%나 줄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에는 ‘매그니피센트7’ 등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영향을 줬다. 또 위기론이 불거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이미 한국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인식 등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다 보니 전반적인 유입이 줄었고, 국내 시장 등으로 투자자들의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채권으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또 고액자산가들은 주식뿐만 아니라 국내외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는 국내외 주식이 44.48%로 절반 이하인 대신 국내외 채권 비중이 21.55%에 달한다. 반면 1억 원 이상 투자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외 주식은 65.1%를 차지한다. 국내외 채권은 8.17%에 그쳤다. 고액자산가들이 더 다양한 투자처에 자산을 나눠 담으며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해외 채권 비중을 계속 늘리며 해외 주식보다 더 큰 비중(9.75%)을 가져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의 매매 차익에는 세금이 과세되지 않는 것도 자산가들이 채권에 투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고액자산가#미국 증시#채권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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