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버 “이건 혁명, 들어가자” 법원 난입 생중계하며 선동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0일 03시 00분


[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
시위대와 함께 법원 내부 헤집으며… 판사 사무실 파손 장면도 내보내
체포 모습 생중계하며 “후원해달라”… 경찰 “철저 수사” 전문가 “교사죄”
극우 유튜버들 계엄후 2배 ‘수익’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월담을 시도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건 혁명이고 민주화 운동이다.”

19일 오전 2시 5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원 앞을 생중계 중이던 일부 극우 유튜버들은 법원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렇게 외쳤다. 유튜버들은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며 부추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이들 유튜버에 대해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폭력 시위’ 실시간 생중계… 동기는 ‘돈’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의 현판을 짓밟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한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의 현판을 짓밟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경찰기동대가 방패를 들고 막아서자 시위대가 몸으로 밀치면서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이날 오전 3시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난입’을 시작하자 현장의 유튜버들도 함께 움직였다. 당시 생중계된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한 극우 유튜버는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뒤 법원 건물을 향해 돌을 던져 유리를 깨부쉈다. 그는 “이제부터 전쟁이다. 국민저항권이다. 들어가자”고 밝혔다. 유튜버가 시위대를 향해 “(경찰들을) 밀어”라고 외치며 부추기는 장면도 있었다.

경찰기동대를 밀치고 법원 경내에 들어온 한 시위 참가자가 창문을 부순 뒤 법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가방을 멘 시위대가 금속 막대기로 보이는 둔기를 들고 법원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안에는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유튜버들은 시위대와 함께 법원 내부를 헤집으며 폭력 사태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판사 사무실을 파손하는 모습 등도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한 유튜버는 시위대와 다니며 “우리가 영웅이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이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까지 생중계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유도했다. 유튜버들이 법원 내부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며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법원 주변에서 이를 시청하던 다른 시위 참가자들도 동요했다. 일부 유튜버들이 마치 도움을 요청하는 듯 호소하자 밖에 있던 시위 참가자들이 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 유튜버는 폭력 난입 사태 선동은 물론이고 막대한 수입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유튜브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를 사용해 분석한 결과, 극우 및 보수 성향의 유튜버 7개 중 6개의 채널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전월 대비 평균 2.1배의 수익을 올렸다. 16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채널은 지난해 12월 기준 슈퍼챗(유튜브 후원금) 수입이 1억2500만 원으로 전월 5908만 원 대비 약 2.1배로 늘었다. 1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채널은 개인 명의의 계좌번호를 영상에 자막으로 표기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었다. 정 의원은 “개인 명의 계좌로 받는 후원금은 유튜버 본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국세청에서 확인이 어려워 탈세의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각종 수입에 대한 세금신고 및 과세가 투명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찰 “철저 수사”, 전문가들 “교사죄 적용 가능”

시위대가 부순 서울서부지법 창문 앞에서 경찰기동대가 경계를 서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법원 난입에 가담하거나 이를 선동한 유튜버들을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9일 오전 10시 15분경 서부지법을 찾아 피해 상황을 둘러본 뒤 시위대를 선동하는 극우 유튜버까지 수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강경 대응 기조가 알려지자 시위에 가담했던 일부 유튜버들은 자신들이 올렸던 관련 영상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버들이 서부지법을 응징해야 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발언이 있어야 하고, 그 발언이 실제로 난입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확인되면 교사범으로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극우 유튜버#실시간 생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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