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아웃사이더… 선주민 예술가… ‘미술사 이방인’ 베니스에서 활짝 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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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올해로 60회… 라틴아메리카 출신 예술감독 “미술사서 배제된 예술가 적극 조명”
332개팀 작가 400여명 참여… 국제전 경력 없는 작가 우선 선정
근대화가 이쾌대 등 韓 4명 포함… 韓 미술 알리려 팝업 전시도 열려

올해로 60회를 맞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윤곽이 지난달 31일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895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전인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 세계 미술인들이 주목하는 행사다. 올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리는 국제전의 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Foreigners Everywhere)’. 비엔날레 역사상 첫 라틴아메리카 출신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자는 그간 미술사에서 배제된 예술가들을 적극 조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페드로자는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MASP)의 예술감독으로, 이 미술관에서 2016년부터 이어 온 기획전 시리즈 ‘역사’가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역사’는 유럽과 미국, 백인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서 벗어나 여성, 퀴어, 선주민 등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의 작품을 6차례의 전시에 걸쳐 소개했으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터너상 후보에도 올랐던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난민 우주인 II’(2016년). 작가 및 제임스 코핸 갤러리 제공 ⓒ Yinka Shonibare CBE
터너상 후보에도 올랐던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난민 우주인 II’(2016년). 작가 및 제임스 코핸 갤러리 제공 ⓒ Yinka Shonibare CBE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도 이 같은 경향을 반영한다. 주최 측은 비엔날레 국제전에 참여한 경력이 없는 작가를 우선 선정하되 퀴어·아웃사이더·선주민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참여 작가는 332개 팀, 400여 명으로 2년 전보다 약 30% 늘었다. 그만큼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니쿠인 예술가 운동의 작품 ‘카페나웨 푸케니부(Kapenawe Pukenibu)’. 태초에 인간이 바다를 건너도록 거대한 악어가 다리를 놓아 주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상파울루미술관 제공
후니쿠인 예술가 운동의 작품 ‘카페나웨 푸케니부(Kapenawe Pukenibu)’. 태초에 인간이 바다를 건너도록 거대한 악어가 다리를 놓아 주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상파울루미술관 제공
페드로자가 MASP에서 개인전으로 소개했던 브라질과 페루의 ‘후니쿠인’족 예술가 그룹인 ‘후니쿠인 예술가 운동(MAKHU)’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비엔날레 전시장 중앙의 파빌리온 파사드에 대형 벽화를 선보인다. 또 뉴질랜드 선주민으로 구성된 ‘마타아호 컬렉티브’의 대형 설치 작품으로 전시회의 문을 연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의 20세기 미술 초상화 섹션에 초청받은 이쾌대의 작품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1949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전의 20세기 미술 초상화 섹션에 초청받은 이쾌대의 작품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1948∼1949년). 베니스 비엔날레 제공
한국 작가로는 근대 화가 이쾌대(1913∼1965)와 수묵화가 장우성(1912∼2005), 현대미술가 김윤신, 이강승이 포함됐다. 김윤신은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여 년간 작업을 이어왔으며, 이강승은 백인·남성·이성애를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에서 배제된 인물과 사건을 발굴해 작품으로 되살리고 있다.

브라질에서 태어나 리우데자네이루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에서 예술과 비평을 연구한 페드로자는 “여러 국가를 다닐 수 있는 특혜를 누렸지만, 언제나 제3세계 외국인이 받는 시선을 인식해야만 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으며 당신도 어디에 있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방인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한국 미술을 알리기 위한 전시들이 국제전 본전시장 밖에서도 여럿 열린다. 우선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의 한국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가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강익중, 전수천, 이불, 서도호 등 한국관에 작품을 선보였던 역대 작가 30여 명이 출품한다. 전시 개막일인 18일에는 한국관 건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백남준을 기리는 퍼포먼스도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을 16세기 고택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미술관에서 연다. 추상화가 유영국(1916∼2002)의 작품을 김인혜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아 선보인다. 유영국의 첫 유럽 전시라는 의미가 있다. 또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재프랑스 화가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 ‘이성자: 지구 저편으로’의 기획을 맡았다.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 점을 베네치아의 아르테 노바 미술관에서 전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술사 이방인#베니스 비엔날레#근대 화가#이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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