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장 터를 구하려면[기고/김경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9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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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장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장
최근 일본 대마도의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유치 추진을 두고 현지 주민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급한 숙제인데 한편에서는 우리와 너무 가깝지 않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세계적 난제인 고준위 방폐물 처리 사업이 유럽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핀란드가 2025년에 처분을 시작하게 되고,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나라마다 수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40년 넘게 국제 공조로 안전한 기술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들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결과이다. 여기에 후손들에게 미룰 게 아니라 원자력 에너지의 혜택을 받고 있는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혀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과거 1980년대부터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짓는 과정에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법적 절차도 미비했을뿐더러 국민의 신뢰도 높지 않았던 탓이었다. 중저준위 방폐장의 경우 걱정하던 목소리는 부지가 정해지면서 가라앉았지만, 4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시 고준위 방폐장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부지 선정 절차를 법률로 정하면 찬반 갈등이 줄어들까? 이웃 나라 방폐장 입지에도 걱정하는 여론이 우리 땅에 지을 때는 더할까, 덜해질까?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출발선에 다가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에는 민주적인 절차와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부지 선정 절차가 담겨 있다. 후보 지역 중에서 시설을 받아들일 의사가 확인되어야만 터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면 전국적으로 사회적 갈등 정도는 과거보다 상당히 완화되겠지만, 결국은 지역사회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지원사업이 제공되더라도 방폐장 수용 의사가 40%를 훨씬 밑도는 것은 특별법 제정 너머에 또 다른 큰 산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앞선 나라들의 성공 사례는 지역사회의 동의를 얻으려면 정책 신뢰도를 견고히 하면서 방폐장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을 시사한다. 우리가 고려할 방안으로는, 무엇보다도 과학기술자들이 국민들에게 방폐장이 기술적으로 왜 안전한지 쉽게 설명할 수 있으므로 이들이 연구실 벽을 넘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긴 호흡으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방폐장이 아닌 별도의 지하연구시설에서 처분시설의 성능과 안전성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소통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핵심 기술이 기반을 이룬다. 둘째, 방폐장 선정 최우선 기준은 장기적인 지질 안전성으로 정하여 국민 안심과 더불어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셋째는, 지역사회의 님비(NIMBY)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방폐장 면적 최소화, 안전성과 경제성 향상 기술, 눈에 보이지 않도록 연안 해저의 암반에 처분장을 건설하는 기술과 함께 안전성은 강화하고 경제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장



#일본#대마도#고준위 방폐물#처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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