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충남 해안도 몸살… 10년 전 500만 마리 폐사 악몽 재현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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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김현진 어촌계장이 고수온대비 대책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아직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폭염이 지속된다면 막막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3일 오전 11시 체감 온도 33.4도를 기록한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가두리 양식장. 이 곳에서 숭어를 양식하고 있는 이시행 씨(52)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업인 이시행 씨가 액화산소를 점검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연일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해안 바다 수온까지 급상승 하면서 어업인들의 걱정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천수만 B지구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를 기해 고수온 경보가 발령된 곳이다. 경보 기준점인 수온 28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김현진 어촌계장이 차광막을 점검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5~6곳의 양식장이 위치해 있는 이 곳에서 어업인들은 폭염 속에서도 검정색 호수를 통해 액화산소를 공급하고 있었고, 차광막을 점검하는 등 양식장 관리에 분주했다. 대부분 숭어를 양식하고 있었고 숭어의 경우 수온 한계점이 30도까진 버틸수 있어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다만 이 씨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는 “가장 우려되고 있는 점은 사회적 분위기다.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언론 등이 양식생물 품질 저하나 대량 폐사 등을 우려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는 않다”며 “숭어는 통상 12월부터 출하하는데 이러한 인식 때문에 잘 키워놓고 판매가 안될까봐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숭어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일부 어업인들의 경우 과거 집단 폐사 등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하는 모습도 있었다. 실제 사상 최악의 고수온 피해로 기록되고 있는 2013년의 경우 천수만에서 499만 9000미가 폐사했고, 53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바 있다. 이 일대는 2~3년 간격으로 고수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2016년 50억 원, 2018년 29억 원, 2021년 9억 원등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유어장 낚시터가 문을 닫은 모습. 이정훈 기자
이번 폭염 여파로 어업인 뿐아니라 천수만 일대 유어장 낚시터까지 덩달아 피해를 받고 있었다. 매년 관광객 3만 여명이 천수만 일대 유어장 낚시터를 방문했지만, 올해는 절반 이상 발길이 뚝 끊겼다.

실제 창리 선착장에는 10여대의 배가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해상에 위치해 있던 5곳의 유어장 낚시터 중 3곳은 테이블과 의자마다 그물로 뒤덮힌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2곳에선 각각 1개 팀들만 식사와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해상에 있는 한 유어장 낚시터가 문을 닫은 모습. 이정훈 기자

김현진 창리어촌계장은 “양식장도 걱정이지만 이 일대 유어장 낚시터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때도 2~3만명씩은 방문했는데 이번 폭염과 더불어 경기불황, 해외 관광객
증가 등 여파로 올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B지구 창리 선착장에는 10여대의 배가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정훈 기자
서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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