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슈]1745억 원 적자 서울백병원, 82년 만에 경영난으로 폐원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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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줄이는 등 노력 불구
20일 이사회서 결정하기로
“지역 유일 대학병원 의미 커”
교수협의회 회생 대책 촉구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였다. 동아일보DB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였다. 동아일보DB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위기에 놓였다.

5일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기획단(TF)에서 결정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폐원안이 의결되면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 이름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사라지게 된다. 이사회에 폐원안이 상정된 것은 지난 20년간 누적된 적자 때문이다. 올해까지 서울백병원 누적 적자는 1745억 원에 달한다.

경영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도 적자 이어져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경영 정상화 TF를 운영해왔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은 2017년부터 276개였던 병상수를 122개까지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기 위해 인턴 수련 병원으로 전환해 전문의(레지던트)를 받지 않았다. 또 매출을 늘리기 위해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억∼50억 원씩 투자했다고 밝혔다.

폐원 여부를 본격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폐원 결정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예상된다. 지역사회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을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폐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12일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는 9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폐원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TFT 결정을 취하하고 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대화하기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했으나 법인에서는 서울백병원 적자의 책임을 교직원들에게 돌리며 병원을 되살리기 위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인력 감축만을 끊임없이 요구했다는 것이 교수협의회의 주장이다. 또한 교수협의회는 “2021년 지금의 원장이 부임하면서 법인 요구대로 레지던트 수련 병원 포기, 응급센터 축소, 대규모 인력 감축, 공간 리모델링을 시행했고 이를 받아들이면 월 10억 원 정도의 적자 규모는 모태 병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감수하고 병원을 유지하겠다고 의료원장이 밝혔었다”라며 “하지만 리모델링 완료와 함께 준비했던 활성화안을 시도조차 하기 전에 법인에서는 폐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라고 주장했다.

교수협의회 “고용 승계 비현실적 의료 공백 우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법인 내 다른 병원을 통해 400명 가까운 직원의 고용은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협의회는 고용 승계에서도 전환 배치가 가능한 수도권 내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은 최근 경영이 악화하고 있어 서울백병원 교직원을 받아들일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며 교직원의 동의 없이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 병원으로 전출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탄압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 교수협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같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으며 지금도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상이 부족해 지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중구를 비롯한 서울 도심의 심각한 의료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피력했다.

교수협의회는 “경제적인 논리로 병원문을 닫고자 하는 재단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평생 병원을 위해 헌신하며 일해온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평생 이 병원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온 환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다각적인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병원과의 경쟁, 유동 인구는 많지만 상주 인구는 부족한 지역적 특색으로 적자폭이 줄어들지 않았다”라며 “전체 학교법인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폐원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폐원 결정이 난 것은 아닌 만큼 이사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 병원이 경영난 악화로 폐원한 사례는 부산에도 있었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은 부산을 대표하는 민간 병원이었다. 1951년 중구 남포동에서 진료를 시작해 영도구와 동구를 거쳐 2000년 금정구로 옮겨왔다. 600여 개 달하는 병상과 응급 의료시설을 갖춘 침례병원은 금정구를 비롯한 동부산 지역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전 이후 의료 서비스 안팎 상황이 급변하면서 경영난이 시작됐고 한때 30억 원을 넘던 월 매출은 1억 원대로 급감했다. 직원 임금까지 주지 못하며 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겼다. 결국 2017년 1월 잠정 휴업에 돌입한 뒤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하고 같은 해 7월 폐업했다. 법원 매각 절차 끝에 422억7000만 원에 민간에 매각되며 병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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