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에 알리지 않고 횟집 차린 임차인, 설비 비용 청구 가능할까?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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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건물 상태 유지 의무 있지만
임차인 영업 위한 비용은 청구 어려워
계약갱신 때 임대료 5% 초과 증액 안돼

포근한 날씨를 보인 이달 10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길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터널에 어느덧 끝이 보입니다. 일상을 회복하면서 거리도 활기를 띱니다. 사람들 발길이 끊겨 텅 비어있던 상가들은 봄을 맞아 새 간판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1년여 만에 서울 명동 거리를 가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공실이 줄고 거리 곳곳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통계를 찾아보니 지난해 1분기(1~3월) 40%를 웃돌았던 공실률이 지난해 말 20% 초반으로 낮아졌다고 하네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도 이제 엔데믹 시대를 맞이해 손님이 더 많아질 지, 장사가 더 잘 될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빨간펜에도 ‘상가건물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질문이 부쩍 늘었는데요. 이번 주 부동산 빨간펜은 코로나19를 어렵게 버텨낸 한 음식점 사장님이 보내주신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과 관련해 꼭 알아야 할 기본 지식도 살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부동산 빨간펜 구독자입니다. 상가 건물을 임대해 감자탕 장사를 하다가 장사가 안 되서 현재 집으로 업종을 바꿔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족관을 세 개나 만들어 영업 중이고, 여름철이면 에어컨을 작동해야 해서 전기가 부족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기의 전압을 높이는 ‘승압 공사’를 계획 중인데요. 문제는 제가 임대인과 상의 없이 임의로 업종을 바꿨다는 겁니다. 공사비는 임차인 혹은 임대인 중 어느 쪽이 부담해야 할까요?

“먼저 코로나19 기간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대박을 기원합니다. 보내주신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전문 변호사와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에 자문을 받아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중에 임차인이 건물을 사용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건물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수도나 전기 같은 기본 설비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임차인은 임차물(해당 상가)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은 임차인의 영업을 위해 필요한 시설에 투입한 비용까지는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위 사례에서는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봅니다. 전기 승압공사 비용은 따로 법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대개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해서 결정하는데요. 임차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통상 임대인이 관련 공사를 진행하고 비용도 치릅니다. 대표적으로 건물이 너무 낡아 전기 설비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겠죠.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을 넣어 임대인 부담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독자 사연은 처음에 계약할 때 감자탕집을 하겠다고 임대인에게 알렸다가 임차인의 필요로 횟집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승압 공사가 필요한 것이죠. 이 때문에 임대인이 쉽게 비용을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협의 과정에서 이런 공사가 건물 가치를 올린다고 판단하면 임대인이 일부 비용을 낼 수 있으니 우선 임대인과 잘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운영하는 수족관이 거리를 점유하고 있다면 구청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알아둬야겠습니다. 만약 허가받지 않았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향후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팬데믹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행된 ‘착한 임대인 캠페인’.
팬데믹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진행된 ‘착한 임대인 캠페인’.


Q. 코로나19로 어려워 임대인에게 요청해 월세를 2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내렸습니다. 2년 동안 월세 150만 원을 냈는데 최근에 다시 200만 원으로 올려달라고 합니다. 임대료 상한 5%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본적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의 임대료를 증액할 때는 직전 계약 대비 5%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는 적용받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9월 법 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착한 임대인을 장려하기 위해 ‘코로나19 등 1급 감염병에 의해 월세나 보증금을 낮췄다가 다시 올릴 경우 감액하기 전 수준까지는 5% 제한 없이 인상을 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만들었습니다. 위 사례의 경우 코로나19로 감액하기 전 임대료, 즉 200만 원까지는 5% 한도 제한 없이 임대인이 인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주요 내용

법 적용 대상
사업자 등록을 한 영업용 상가 임차인
대항력 요건
사업자 등록 신청 후 다음날 0시부터 발생
임대료 증액
계약 갱신 시 직전 계약 대비 5% 이상 초과해 올릴 수 없음.
단, 1급 감염병으로 인하한 뒤에는 인하 전 금액까지는 5%를 초과해 증액 가능.
계약갱신
10년 동안 요구할 수 있음.
법 적용 대상
서울 : 보증금 9억 원 이하
부산·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6억9000만 원 이하
광역시·세종·파주 등 7개 시: 5억4000만 원 이하
그 밖: 3억7000만 원 이하


Q.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00만 원에 2년 계약하고 들어온 임차인입니다. 이번에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인이 월세를 10% 올리겠다고 합니다. 월세만 10만 원 올리려는 임대인의 요구가 정당한가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최장 10년까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계약 갱신권이 인정됩니다.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면 임대인은 기존 계약조건 그대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의미죠. 또 계약을 갱신할 경우에는 직전 계약 대비 5%까지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00만 원은 보증금 2100만 원, 월세 105만 원까지만 인상이 가능합니다. 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환율은 12%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보증금의 증액분인 100만 원을 월세 1만 원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증금 대신 월세만 올릴 경우에는 기존 월세 100만 원에 대한 5% 즉 5만 원과 보증금 인상액의 월세 전환액 1만 원을 합해서 월세 6만 원을 올려주면 됩니다. 임대인의 10만 원 인상 요구는 이를 초과하는 것이니 거절할 수 있고, 계약도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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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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