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민족’이 된 한국인… 영구적 현상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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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NOW]
엔데믹 후 배달 문화 급속히 시들
‘불편함’으로의 회귀는 어려워
배달 기피 영구적일지 지켜봐야

오토바이 관련 정보를 다루는 네이버카페 ‘바이크 튜닝 매니아’(바튜매)에는 최근 ‘중고 오토바이를 판매한다’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배달용 오토바이로 많이 쓰이는 125cc 미만 오토바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월별로 직접 판매글 수를 세어 보니 올 3월 약 5150건의 판매글이 올라왔으며 2월은 4350여 건이 게시판에 업로드됐다. 지난해 4월까지 집계해 보니 그해 4월부터 이미 판매글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전년 동기 대비 61.5%)하고 있었다. 8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글 수가 120% 증가했다. ‘헬멧, 배달가방 등 배달 관련 용품을 세트로 판매한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 오토바이 매물이 넘쳐나게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음식 배달 수요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2월 배달의민족 MAU(Monthly Active Users·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는 약 1953만 명으로 작년 2월 대비 5.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요기요는 27%, 쿠팡이츠는 49% 줄었다.

통계청의 음식 배달 월간 거래액은 1월 잠정치 기준 2조20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1월 대비 6.3% 감소했다. 코로나19로 폭발했던 온라인 음식 배달 수요가 팬데믹 이후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집에서 배달시켜 먹기보다는 지인들과 밖에서 외식하는 등 대면 만남이 증가한 것이 수치로 증명됐다.

배달 일자리를 포함한 2월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 수는 162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4000명 감소했다.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7월(8만3000명)부터 올해 1월(―5만1000명)까지 7개월 연속 둔화했다. 라이더들에게 배달 수요 감소는 일자리 축소를 의미하고, 이에 배달 관련 장비들을 중고 매물로 내놓는 라이더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국내 외식산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KRBI)를 보면 작년 4분기 82.54pts를 기록했다. KRBI는 매출액, 고객 수, 종업원 수 등 외식산업의 성장과 위축 정도에 따라 종사자들의 예측 변화 추이를 측정해 산업경기 동향을 분기별로 보여주는 체감지표다. 이 지표는 작년 3분기 89.84pts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대면 만남, 외식 수요가 확실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인 한국인들이 ‘외식의 민족’이 돼버린 것이다.

실제 체감하기로도 주말 약속이 대부분 대면 외식으로 잡히고 있다. 일단 배달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 2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배달 앱 3사(3∼4㎞ 기준) 배달비는 최소 3500원에서 최대 7000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물가 상승으로 음식값도 올랐으니 배달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현상이 영구적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편리한 소비 패턴을 장기간 이어오던 소비자들이 갑자기 다시 오프라인으로 일괄 회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쿠팡에 처음 입문한 소비자는 당일 배송 속도, 무료 반품 등의 서비스를 경험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엔데믹이 됐다고 굳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마트에 가서 다시 예전처럼 장보기를 할까. 혹은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으로 아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데 익숙해진 주부가 매일 저녁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갈 수 있을까.

물론 오랜만에 거리 두기 규제가 풀린 상황에서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쳐두고 고의로 불편을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쿠팡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고속 성장하며 연간 거래액 30조 원을 뛰어넘었다. 온라인 음식 배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포장재 기술과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음식마저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 외식만 고수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쩌면 ‘외식의 민족’이 대세가 된 지금이 온라인 음식 배달 분야에 관심 있던 이들이나 기업엔 진입 문턱이 낮아진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
#외식#배달 문화#엔데믹#음식#온라인#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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