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5명 참극 일가족 차에 아이들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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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0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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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인천 미추홀구 주택 앞에 주차된 차량에 ‘엄마 사랑해‘ 가 적힌 아이의 그림이 놓여 있다. 뉴스1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된 인천 미추홀구 주택 앞에 주차된 차량에 ‘엄마 사랑해‘ 가 적힌 아이의 그림이 놓여 있다. 뉴스1
인천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은 평소 단란한 모습이었던 걸로 이웃들은 기억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37분경 인천 미추홀구 단독주택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집 안에서 40대 A 씨 부부와 첫째 딸(5), 둘째 딸(4), 막내아들(2)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내(40대)와 세 자녀는 흉기에 찔린 채 같은 방에 쓰러져 있었고, A 씨는 다른 방에 혼자 숨져 있었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을 감안할 때 A 씨가 아내와 자녀를 흉기로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 앞에는 부부의 차량 2대가 주차돼 있었고, 그 중 한대 운전석 앞에는 “사랑해. 엄마 사랑”이라고 삐뚤빼뚤하게 쓴 그림편지가 놓여 있었다. 마당에는 아이들이 타고 놀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주말동안 이 집 앞에서는 ‘수사 중’이라는 테이프가 붙었다. 이웃들은 주변을 서성이며 “정말 화목하게 살던 가족으로 기억하는데 의아스럽다”며 안타까워 했다.
뉴스1

이웃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약 5년 전 이 주택을 사들여 이사 왔다. 이들은 수개월 전 주택 2층에 찜질방을 만들고 세를 줬다.

한 주민은 “부부가 사이가 좋고, 남편이 주말마다 집을 고치는 등 손기술도 좋은 것으로 기억난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자주 돌아다녔다고 한다. 익명의 주민은 “저 집 아들이 밤 늦게 잠을 못 자면 아버지가 아들을 장난감 자동차에 태우고 동네 앞을 돌아다닌 모습이 선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왕래도 자주 있었다고 했다. 한 주민은 “A 씨 아버지가 손자, 손녀들을 돌보기 위해 자주 방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최근 채무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하고 A 씨 부부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및 병원 진료 내역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도 의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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