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교부, 세종硏 사업비 감사… 문정인 이사장 사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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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사업비 부풀리고 일부 전용
집기費 ‘예산의 33배’ 지출 드러나
임기 1년 남은 文, 감사 직후 사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국내 대표적인 외교안보·통일 연구재단인 세종연구소가 고위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세종 국가전략 연수 과정’ 사업비를 부풀려 계상하고, 일부를 남겨 재단 운영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사진)은 지난달 27일 연구소 측에 사의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세종연구소 실지 감사를 실시해 연구소가 연수사업비 집행 잔액을 재단 간접비(재단 운영비)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연구소는 1995년부터 연간 100명 안팎의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약 1년간 국가전략 연수 과정을 각 부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다. 연구소는 각 소속 기관으로부터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해마다 1인당 1900만∼2200만 원을 수령한 뒤 총 수령액의 9∼13.8%, 최대 2억5300만 원까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각 연수생 소속 기관에 보고하거나 반납하지 않고 간접비(재단 운영비) 형태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사업비 성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통상의 예산처럼 ‘불용(不用)’ 처리 후 반납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소는 2021년 사업비에선 집기 비품비로 700만 원을 쓰겠다고 예산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결산서상으로는 33배가 넘는 2억3560여만 원을 쓰기도 했다. 세종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에 필요한 일부 집기나 시설이 낡아서 손을 보는 데 쓰였다”고 해명했다.

문 이사장은 외교부의 예산 감사 직후인 지난달 27일 연구소 임직원들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21년 2월 임명된 문 이사장은 3년의 임기를 약 1년 남겨둔 상황이다. 연구소는 이달 중순쯤 이사회를 소집해 문 이사장의 거취와 후임 이사장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외교부#세종연구소#문정인 이사장#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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