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건물을 짓기 위해 야외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조모 씨(69)는 이날 본보 기자에게 “아무리 추운 날에 하는 야외 작업이어도 방한용품을 따로 주진 않는다”며 “목장갑도 내 돈으로 사서 써야한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 “내 돈으로 산 목장갑 하나로 버텨”
간이 천막이나 주차장 등 한파에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택배 물류센터 근로자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1월부터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A 씨(20)는 “날이 추워 일을 하다 보면 머리에 맺힌 땀과 함께 머리카락이 다 얼어붙는다”며 “목장갑 하나에 의지하다 보니 부은 손에 동상을 입어 감각이 무뎌질 정도”라고 말했다.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CJ대한통운(5곳), 롯데택배(2곳), 한진택배(2곳), 로젠택배(2곳) 물류센터 총 11곳을 확인한 결과 업체들은 모두 근로자에게 플라스틱 안전모와 목장갑만을 지급하고 있었다. 택배사 측은 “물류센터 근무 환경 관리는 도급업체의 몫”이라며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에게 귀마개와 장갑, 목싸개, 핫팩 등을 모든 물류센터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택배업체가 관리하는 현장 근로자들은 “방한용품을 한 번도 제공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파 취약하지만 현행법상 ‘한랭작업’ 아냐
건설·택배업 등 한파에 취약한 근로자들에게 방한용품이 지급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현행법상 ‘한랭작업’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고용주는 ‘한랭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만 방한용품과 휴게시설을 제공할 의무를 갖는다. 산안법에서는 한랭작업을 ‘다량의 액체공기, 드라이아이스 등을 취급하는 장소 혹은 냉장고, 제빙고, 저빙고 또는 냉동고 내부에서 하는 일’로 규정한다.
한랭작업을 하는 시설에서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방한용품 미지급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에는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한파에 노출되는 일반적인 야외 작업 현장은 ‘한랭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 조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랭질환 예방 안내를 하는 수준이 전부지만 이마저도 현장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3년간 6곳의 택배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태영 씨(26)는 “예방가이드나 현장점검표는 어느 작업장에서도 본 적이 없다”며 “목장갑과 두께가 비슷한 얇은 방한용 털장갑만 줘도 동상에 걸리지 않고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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