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경찰청사에 5억원 들여 ‘스피드게이트’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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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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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승인 방문자 출입 제한 시스템
“효율적인 청사 방호 시스템 구축”
“과도한 예산 투입” 평가 엇갈려

동아일보가 부산경찰청과 일선 경찰관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최근 3년간 5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부산 12개 경찰관서에
 시민 출입을 통제하는 출입통제관리시스템(스피드게이트)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6일 부산경찰청 1층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의 모습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동아일보가 부산경찰청과 일선 경찰관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최근 3년간 5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부산 12개 경찰관서에 시민 출입을 통제하는 출입통제관리시스템(스피드게이트)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6일 부산경찰청 1층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의 모습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 경찰이 최근 3년간 약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부산지역 12개 경찰관서 입구에 시민 출입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애초 목적인 효율적인 청사 방호에는 효과가 있지만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설치해 시민과 직원들의 불편을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경찰서당 평균 2997만 원 투입해 설비 구축

26일 동아일보가 부산경찰청과 15개 일선 경찰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경찰 청사 내 출입 통제 관리 시스템(스피드게이트) 설치 현황’(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부산경찰청과 11개 일선서에 스피드게이트가 설치됐다. 이를 위해 3년간 투입된 금액은 4억7956만 원.

스피드게이트는 건물 내 승인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직원이 사전에 발급받은 출입카드를 대거나 지문 인식을 하면 닫힌 문이 양쪽으로 개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화면에 얼굴을 인식시켜 37.5도 이하의 체온이 확인돼야 출입이 허가되는 기능이 추가된 장비들이 많다.

부산경찰청은 9200만 원을 들여 2020년 8월 1, 2층 현관과 1층 지하주차장 승강기 입구 등 3곳에 이를 설치했다. 두 달 전인 2022년 11월에 3350만 원을 추가 투입해 2층 지하주차장 승강기 입구에도 스피드게이트를 갖췄다. 부산진서는 2019년 12월 청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3500만 원, 영도서는 2021년 9월 별관 1층 설치에 1900만 원을 투입했다.

지역 12개 경찰관서의 16개 지점에 스피드게이트 하나를 갖추는 데 투입된 평균 예산은 약 2997만 원으로 추산됐다. 중부·사하·금정서 등 3곳은 “예산 확보나 청사 이전 등의 문제로 설치하지 못했다”며 “추가 설치 계획도 미정”이라고 답했다. 북부서는 “스피드게이트 대신 1328만 원을 들여 청사 1층과 수사과 입구 등 14개 지점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 “비효율적 장비에 고가 예산 투입” 지적

3년 전까지 없던 이 시스템의 구축이 확산된 것은 효율적인 청사 방호를 위한 조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산경찰청 경무기획과 관계자는 “제도 폐지로 의무경찰이 올 5월 모두 전역하면 종전 같은 청사 방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며 “스피드게이트의 도입은 방호직원 채용과 더불어 경찰청이 청사 방호 중장기 계획의 하나로 추진 중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스피드게이트 설치로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사무실을 찾아 욕설하는 민원인의 횡포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 중인 피의자의 도주 우려도 덜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꼼꼼한 검토 없이 구축된 스피드게이트가 선량한 시민과 경찰의 소통을 단절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스피드게이트가 막고 있어 화장실을 급히 사용하고 싶은 시민조차 부산경찰청을 쉽게 출입할 수 없다”며 “사무실 입구 외에 카페와 은행 등의 출입을 허용하는 부산시청의 출입관리 시스템보다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내부 직원들도 “비효율적인 설비 구축에 고가의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비판한다. 체온 측정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평균 체온인 36.5도에 못 미치는 32도 이하로 측정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코로나19 완화로 체온 측정이 청사 출입의 필수 요건이 아닌데 최근 이 기능이 포함된 설비가 구축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한 경찰관은 “지하주차장에서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4번이나 출입카드를 대야 한다”며 “고가의 장비만 구축할 것이 아니라 방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서는 많은 보안장비가 있어 행정기관보다 강화된 통제가 필요하다”며 “체온 측정의 오류는 한파 탓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지역 경찰청사#스피드게이트#5억원#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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