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물가 41년만에 최고, 美-유럽 긴축… “내년에도 금리쇼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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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새해 기준금리 인상 압박 커져
“금융시장-침체 여부 연준에 달려”
한은도 “물가안정 맞춰 금리운용”
내년 긴축 우려에 글로벌 증시 출렁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물가가 연말까지 들썩이면서 내년에도 한동안 각국에서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실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약 41년 만에 최고 폭으로 올라섰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은커녕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23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04포인트(1.83%) 하락한 2,313.69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2,320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10월 31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3.32% 추락한 691.25에 마감해 다시 700 선이 무너졌다.

○ 日 물가 41년래 최고치…美·유럽도 추가 긴축 태세
23일 일본 총무성은 11월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고 밝혔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당시 전 세계 경제는 2차 오일쇼크의 후폭풍에 시달렸는데 그때와 비슷한 물가 상승세가 나타난 것이다.

일본은 올해 초만 해도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하반기 들어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며 물가 상승 폭이 커졌다.

11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8% 올랐다. 전 세계 에너지 대란 여파로 전기요금 또한 20.1% 오르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도쿄에서는 올 10월 택시 기본요금(1.096km)이 15년 만에 420엔에서 500엔으로 올랐다. 가스, 의류, 화장지, 외식 물가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 상승 폭 확대로 일본의 양적완화 출구 전략 또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양적완화 정책을 주도해 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내년 4월 임기를 마치고 사퇴함에 따라 중앙은행 수장의 교체에 맞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유럽도 고물가가 지속됨에 따라 새해 들어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올 9, 10월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은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0.5%포인트 인상은 상당 기간 예상돼야 할 것”이라면서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미국 역시 “내년 금리 인하는 없다”는 메시지를 거듭 천명한 상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2022년을 ‘금리 쇼크의 해’라고 진단하며 미국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새해에도 금리 쇼크로 인한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며 파월 의장의 이름 ‘제롬’의 애칭 ‘제이’와 연준의 갈지자 행보를 빗대 새해가 ‘제이 워크(Jay Walk)’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세계 금융시장 전망 및 경기 침체 여부도 연준의 정책 기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한은 “물가 중점 두고 금리 결정”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운용 기조를 지속하겠다”면서 사실상 내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이 3%대 중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은의 물가 목표인 2.0%를 여전히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국제 경제#일본 물가#유럽#금리쇼크#긴축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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