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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따뜻했던 그린란드엔 다양한 동식물 살았다”… ‘환경DNA’로 200만 년 전 생태계 재현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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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41개 퇴적물 속 DNA 추출해
고대 그린란드 생태계 지도 제작
순록-자작나무 등 서식 흔적 확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그린란드 북부에서 환경DNA를 채취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구팀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만 년 전 그린란드의 생태계를 재현했다. Beth Zaiken, bethzaiken.com, Courtesy of NOVA 제공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그린란드 북부에서 환경DNA를 채취하고 있다(왼쪽 사진). 연구팀은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200만 년 전 그린란드의 생태계를 재현했다. Beth Zaiken, bethzaiken.com, Courtesy of NOVA 제공
그린란드 북부 빙하기 퇴적물에서 200만 년 전 DNA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기존에 가장 오래된 DNA로 알려진 시베리아 매머드 뼈에서 추출했던 DNA보다 무려 약 100만 년 더 오래된 것이다.

에스케 빌레르슬레우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고대 DNA를 이용해 200만 년 전 그린란드의 생태계 지도를 만들어 국제학술지 네이처 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밝힌 고대 그린란드의 생태계는 다양한 종의 진화 단계를 연결짓는 중요한 단서이자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화석 아닌 퇴적물에서 200만 년 전 DNA 발견


그린란드 북부 피어리 랜드에는 극지사막이 있다. 이 지역은 200만∼300만 년 전 지금보다 11∼19도 더 따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척추동물 화석이 발견되는 사례가 드물었다. 빌레르슬레우 교수팀은 구하기 어려운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대신에 환경DNA를 이용하기로 했다. 환경DNA는 토양, 물, 공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채취한 생물의 유전물질로 연구자가 직접 생물과 접촉할 수 없는 환경에서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5개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점토와 석영 등으로 이뤄진 41개의 퇴적물을 채취했다. 이후 퇴적물에서 DNA를 추출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동식물과 미생물 DNA 라이브러리와 비교 작업을 통해 종을 추정했다. 그 결과 200만 년 전 그린란드에는 순록과 산토끼, 나그네쥐, 자작나무 등을 포함한 동식물과 미생물이 살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빙하시대 코끼리를 닮은 포유류였던 마스토돈이 멸종 직전까지 그린란드에 서식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전까지 마스토돈은 북·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만 서식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빌레르슬레우 교수는 6일(현지 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DNA를 복구하자 지금과 매우 다른 생태계가 펼쳐졌다”며 “(과거 그린란드에) 몇몇 종의 나무가 살았다는 사실이 DNA 분석을 통해 더 명확히 밝혀졌다”고 했다.



○ 고대 그린란드에서 기후변화 해법 단서 얻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인류가 기후변화의 위험을 헤쳐 나가는 데 중요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과거 그린란드의 기후가 지구온난화로 예측되는 미래 지구 기후와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켈 페데르센 코펜하겐대 교수는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종이 격변하는 온도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오늘날 지구온난화 속도는 훨씬 빠르기 때문에 기후위기는 여전히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고대 DNA를 추가 분석하는 한편으로 박테리아와 곰팡이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미생물 DNA를 기반으로 고대 그린란드의 생태계 지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고대 그린란드 북부에 서식했던 동식물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이 이들의 생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추가 논문도 계획 중이다.

빌레르슬레우 교수는 “만약 아프리카 점토 알갱이에서 고대 DNA를 추출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종의 기원에 대한 획기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초의 인간과 인류 조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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