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4월부터 대구시 8개 구군이 시범적으로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한다. 그런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하라고 압박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이고 근무시간에 포함되진 않는다. 지금도 점심을 거르는 공무원은 없다. 시군구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민원 응대를 위해 교대로 점심을 먹을 뿐이다. 전공노는 “공무원도 밥 먹을 권리가 있다”며 점심시간에 아예 민원실을 닫자고 한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시행됐다. 현재 전국 시군구 50여 곳으로 확대됐다. 이 지자체 공무원들은 되레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점심시간이면 근무 인원이 줄어 민원처리 속도가 느리고, 담당자가 없는 업무 처리에 애를 먹는 현상이 사라진 덕분이다. 무인민원발급기나 전자민원서비스가 보급돼 실제 민원인들의 불편함이 크지 않다고 한다.
▷공무원들은 마음 편히 점심 한 끼 먹자는데 냉정한 여론이 야속할 터다. 그러나 공무원에겐 개인의 안락함을 희생하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직접 찾는 사람들일수록 사회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 매여 있거나 하루 벌어 하루 살기에 기껏해야 점심을 거르고 짬을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직접 상담을 받아야 하는 복지 수요자들, 무인발급기 앞에서 문맹이 되는 고령자들이다. 이들의 점심시간도 귀하긴 마찬가지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