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IT/의학

“감염병 위기 벗어나려면 백신-치료제 공평하게 분배해야”

입력 2022-12-01 03:00업데이트 2022-12-01 10:3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7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 장관급 회의… 코로나 이후 첫 대면 개최 서울서
35개 회원국-10개 국제기구 참석… 팬데믹 상황서 독자적 생존 불가능
중저소득 국가 백신 접종률 높이고, 향후 사태 대비 국제공조 강화해야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아메드 오그웰 오우마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회의 개회식에서 아메드 오그웰 오우마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30년 6월 30일, 한 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감염병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환자들은 발열과 기침,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증세를 보였고, 치명률이 15%에 이르렀다. 이 병원이 있는 나라는 연간 1억 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가는 관광 대국이라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세계로 퍼져 나갔다. ‘디지즈 X(Disease X·미지의 신종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이 창궐한 것이다.’

가상 시나리오지만 언젠가는 우리에게 닥칠 예견된 미래에 가깝다.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빌 게이츠 이사장은 “20년 내에 ‘넥스트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50%”라고 내다봤다. 인구 급증과 기후 변화 때문에 팬데믹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디지즈 X’ 대처 훈련
지난달 29일 세계 보건당국 관계자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관계자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러한 ‘디지즈 X’ 창궐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모의 훈련을 벌였다. 이 훈련은 지난달 28∼30일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외교부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7차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GHSA) 장관급 회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훈련 참가자들은 국제 공조를 통해 전염병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하고, 백신 및 치료제를 공평하게 분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어느 국가도 팬데믹으로부터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안전해져야만 개별 국가도 비로소 감염병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GHSA는 신종 감염병, 생물 테러, 항생제 내성균 등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보건 위기를 세계적 공조 아래 대응하자는 취지로 2014년 출범한 국제 회의체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으로 대면 방식으로 열린 이번 회의엔 미국, 인도네시아 등 35개 회원국과 WHO, 세계은행 등 10개 국제기구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 “백신 수급 불균형 해소해야”
“백신 접종에 1달러를 쓸 때마다 약 44달러의 국가적 보건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28일 예방 접종 행동계획을 주제로 한 GHSA 전문가 포럼에서 에마드 알 모함마디 사우디아라비아 공중보건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국민이 질병에 감염됐을 때 발생하는 치료비와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예방 접종 사업에 투자하는 게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인 선택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백신은 ‘수급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자 미국, 영국 등 부유한 국가들은 전 국민이 몇 차례씩 맞을 백신을 비축했다. 반면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들은 백신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저소득 국가에선 아직도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26%에 머무르고 있다. 고소득 국가의 1차 접종률(82%)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은 국제백신연구소(IVI) 책임연구원은 “병입, 포장 등 백신 생산의 일부 과정을 중저소득 국가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현지에서 원활하게 백신을 조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의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전 국민에게 생애 주기별로 22가지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 예방접종 내역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예정된 접종 시기를 1개월 이상 넘긴 어린이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접종을 안내하고 있다.
○ 신서울선언문 채택… “후회 반복 말아야”
6억4156만 명.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663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코로나19 초기 복지부 2차관을 지낸 김강립 연세대 보건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달 28일 GHSA 기조연설에서 “더 빨리, 더 열심히 대비했다면 팬데믹으로부터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한 이 후회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GHSA에 참여한 각국 대표들이 30일 발표한 ‘신(新)서울선언문’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국제 공조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워졌다. 이 선언문에서 각국은 GHSA 활동 기간을 2028년까지로 연장하고, 다학제적 논의를 통해 국제적 보건안보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또한 한국에 GHSA 조정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GHSA는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서울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서울선언문에는 △예방접종 대책 △진단·실험 시스템 강화 △항생제 내성 대응 등 총 9개 분야의 행동계획(Action Package)을 확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2015년 서울선언문이 보건안보에 대한 국제사회 최초의 약속이었다면, 신서울선언문은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보완 방향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