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수영]전용기 탑승 ‘불허’ 사태… 내심보다 앞서야 할 대통령 책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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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정치부 차장
홍수영 정치부 차장
대통령실에 함께 출입하는 MBC 동료 기자들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있다.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한 사실을 7월 5일 MBC와 동시에 단독 보도했다. 그런데 MBC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에 이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 출품 신청을 하며 황당한 주장을 폈다. 자사 보도를 ‘장기간 직접 취재하고 제보자들을 설득해 완성한 기사’라고 한 반면 동아일보 보도를 ‘급하게 전해 듣고 쓴 기사’라고 했다. MBC 보도가 나가기 전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실 측이 동아일보에 찔러줬다는 취지였다.

MBC 기자들은 자신들의 추정을 적은 공적 신청서를 기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를 본 누군가의 얘기로 뒤늦게 알았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구성 초기부터 논란이 된 민간인의 조력 사실을 파악하고 주시해 왔다. 이어 순방 동행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며 보도를 결정했다. 그런데도 MBC는 기자상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해 왜곡된 주장을 폈다. 근거도 없었고, 본보에 어떠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자사 보도만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오만마저 엿보였다. 기자라면 진영의 논리로 팩트(fact·사실)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결국 기자협회도 이를 확인하고 MBC의 억측 섞인 주장을 삭제했다. 이후에도 기자실에서 더러 마주치는 MBC 동료들에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동료의 기자적 태도에 대한 내심(內心)일 뿐이다. MBC 관련 보도를 할 때 이러한 내심의 평가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야 하는 사명이 언제나 우선이기 때문이다. 또한 MBC 기자들이 취재 환경에서 부당한 이유로 어떠한 제약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내게는 절대 명제다. 이게 기자로서 견지해야 할 직업적 양심이자 지켜야 할 책무라 믿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불러온 ‘자막 조작’, 김건희 여사 재연을 고지하지 않고 방송한 PD수첩 등 “왜곡·편파 방송에 어떠한 시정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실로서는 일련의 보도에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심이어야 한다. 이 내심이 통치 과정에서 부당하게 드러나면 ‘보복’이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의 보장은 대통령실의 책무다.

대통령 전용기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취재 공간이다. 항공료를 포함한 순방 취재경비를 각 언론사가 분담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자들은 단순히 이동하기 편하자고 전용기에 올라타는 게 아니다. 그 순간도 역사책의 한 장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기자다. 아울러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합법적 구체 절차가 있다. 그것이 차라리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부합하는 당당한 조치다. 그리하여 전용기 탑승 ‘불허’와 같은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는 어떤 부당한 조치에도 반대한다.



홍수영 정치부 차장 gaea@donga.com
#전용기 탑승#불허 사태#대통령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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