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H회장, 아태협 北접촉때 롤렉스 시계 10개 北인사들에 건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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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2019년 中방문 인사 진술 확보
KH회장, 쌍방울 실소유주와 친분
‘이재명 변호사비 의혹’에도 등장
대북 이권 개입 정황… 수사 확대

검찰이 2019년 1월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과 긴밀한 관계인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이 중국 선양 출장에 동행하며 북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수천만 원대의 롤렉스 시계 10여 개를 선물로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뿐 아니라 KH도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를 매개로 한 대북 이권 사업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수천만 원대 롤렉스, 북한 인사에게 선물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온 경기도, 아태협, 쌍방울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수감 중)는 안부수 아태협 회장(수감 중)과 함께 중국 선양에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실장 등을 만나 쌍방울과의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동행했는데 배 회장도 함께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배 회장은 개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롤렉스 손목시계를 10개 이상 준비해 북한 측 인사들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전해졌다. 배 회장은 북한 인사들에게 주고 남은 롤렉스 시계 중 일부를 동행한 안 회장과 쌍방울 임직원들에게도 나눠줬다고 한다. 아태협 전 직원 A 씨는 “2019년 1월 중국에서 돌아온 안 회장이 갑자기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녔다”며 “몇 달 되지 않아 수천만 원을 받고 중고로 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H 측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KH와 별도로 쌍방울과 아태협은 2019년 1월을 전후해 수십억 원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안 회장은 2019년 1월 북한 측에 14만5000달러, 180만 위안(약 28만5000달러) 등 총 43만 달러(약 5억7000만 원)어치의 외화를 직접 전달한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안 회장은 2018년 12월에 북한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에게 7만 달러(약 9300만 원)를 건넨 혐의도 있다. 쌍방울은 김 전 회장의 방중과 별도로 2019년 1월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200만 달러(약 27억 원)를 중국 선양공항으로 밀반출한 것을 비롯해 2018∼2019년 총 640만 달러(약 85억 원)를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한 의혹을 받고 있다.
○ KH,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등장
KH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쌍방울과 함께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8년 10월 쌍방울은 100억 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는데, 이 CB를 전량 매입한 곳이 김 전 회장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라는 곳이었다. 공교롭게도 KH의 계열사인 장원테크와 KH E&T에서 2019년 4월 각각 30억 원과 20억 원을 착한이인베스트에 동시에 대여했다. 검찰은 지난달 KH 본사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며 쌍방울과의 수상한 자금 흐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KH는 지난해 6월 알펜시아리조트 인수 당시 담합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달 8일 경찰은 KH 관계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회장은 올 5월 말 해외로 출국해 도피 중인데 배 회장 역시 올 6, 7월경 미국 등지로 떠나 지금도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회장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우려해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쌍방울그룹#kh#아태협#북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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