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세요” 경북도 ‘대화기부운동’ 펼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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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60% “외로움 자주 느낀다”… 코로나 겪으며 우울감 높게 나타나
경북도, 3월 ‘외로움대책팀’ 설치… 지자체 첫 ‘마음복지 정책’ 실시
진로-취업상담 등 대화 신청 땐, 분야별 대화 기부자 배정해 통화

4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화기부운동 출범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에서 여덟 번째)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왼쪽에서 일곱 번째) 등 참석자들이 운동의 비전을 나타내는 안내판을 돌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4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화기부운동 출범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에서 여덟 번째)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왼쪽에서 일곱 번째) 등 참석자들이 운동의 비전을 나타내는 안내판을 돌리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할 수 있을 때까지 대화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경북도가 최근 시작한 ‘대화기부운동’에 참여하는 임천숙 천찬경머리이야기(미용실) 원장은 14일 동아일보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규모 집단 상담은 이미 시작했다. 요즘은 전문성을 살리고 싶어서 따로 우울 및 심리 상담 공부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걸그룹 ‘AOA’ 출신 배우 임찬미의 어머니로 유명한 임 원장은 경북 구미에서 15년째 가출 청소년을 돌보고 있다. 그는 “벼랑 끝에 섰었던 청소년을 구한 경험이 있다”며 “상대와 대화를 하고 웃으면서 활력을 얻고, 약도 덜 먹게 되는 모습을 보면 참 좋다”고 했다. 또 “단골손님들에게도 대화기부운동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개념 마음 복지 정책
경북도는 최근 ‘마음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 대화기부운동을 시작했다. 기부자와 요청자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안을 얻고 치유로 이어지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동아일보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다.

4일 경북 안동 도청에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기부자·요청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출범식도 열렸다. 슬로건은 ‘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다’로 정했다. 최은정 경북도 보건정책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각국 복지 틀이 바뀌고 있다”며 “취약 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고립감 해소 등 심리적·정신적 부분까지 돌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운동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4.6명(2019년 기준)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유엔이 올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에선 146개국 중 59위에 머물렀다.

특히 1인가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장기화되면서 ‘마음의 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북도가 올 4월 지역민 1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 세계는 ‘외로움과의 전쟁’ 중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세계 각국은 ‘외로움’과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영국은 2018년 ‘고독부 장관’을 임명했고, 독일은 홀몸노인 24시간 통화 서비스인 ‘실버네츠’를 최근 시작했다. 경북도 역시 올 3월 ‘외로움대책팀’을 설치하고 실태 조사를 거쳐 ‘외로움 척도’를 개발했다. 또 ‘외로움 극복 및 예방 관련 조례’도 만들었다.

대화기부운동은 외로움을 치유하는 주체를 민간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고민이나 우울 증세를 겪는 대화 요청자가 △인생 경험 △진로 △취업 △대인관계 등에서 희망 분야를 신청하면 적합한 대화 기부자가 전화해 일정 시간 이상 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북도는 발신 번호 표시 제한 등을 통해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서비스 개선을 위해 불편 및 민원 접수도 24시간 받고 있다. 박성수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전문가와 단체뿐 아니라 개인 기부자들의 선한 영향력에 기반해 공감대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 마음 건강의 산업화도 추진
대화기부운동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 하트’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임천숙
 천찬경머리이야기 원장, 한기웅 TBC 싱싱고향별곡 리포터, 최태림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이영경 동국대 WISE캠퍼스 총장, 권순태 안동대 총장, 이환범 영남대 경영전략 부총장. 경북도 제공
대화기부운동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주먹 하트’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임천숙 천찬경머리이야기 원장, 한기웅 TBC 싱싱고향별곡 리포터, 최태림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이영경 동국대 WISE캠퍼스 총장, 권순태 안동대 총장, 이환범 영남대 경영전략 부총장. 경북도 제공
대화기부에는 임 원장을 비롯해 이성은 신풍미술관 관장, 최태림 경북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장 등이 참여한다.

또 경주 동국대 WISE캠퍼스, 안동대, 한동대 상담센터, 경북의사회, 경북소상공인연합회, 경북 청년 최고경영자(CEO)협회, 경북도 건강마을 협의체 등 대학과 기업 단체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23개 시군과 협력해 대화 기부자 및 요청자 약 200명을 확보했으며 대화기부운동 전용 홈페이지(www.gbmind.kr)도 열었다. 앞으로 대화기부 릴레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송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끈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마음 건강’ 산업화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안동대는 퇴직 공무원이 참여하는 대화 코칭 프로그램을 만들고, 한동대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대화 기부 앱을 개발한다. 동국대 WISE캠퍼스는 경찰과 소방관 등 특수직군 대상 대화 기부 앱을 개발하고, 영남대는 음악과 놀이 및 원예치료 등을 연계하는 마음 관리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한다. 경북도는 마음 건강 산업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철우 지사는 “화랑과 선비, 호국, 새마을 등 정신문화를 이끌었던 경북이 대화 기부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경상북도#대화기부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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