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서울시향의 강렬한 에너지, 아직도 생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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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일 지휘봉 잡는 알브레히트
말러 등 20세기 초 음악에 매료돼
25세에 만난 아바도, 인생을 바꿔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콘서트를 지휘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찬사를 받은 독일 지휘자 마르크 알브레히트(사진)가 4년 만에 서울시향의 지휘대에 돌아온다. 17, 18일 서울시향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의 베토벤 황제’ 콘서트에서 그는 피아니스트 기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메인 프로그램을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으로 장식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초기 구스타프 말러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력 지휘자로 일했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을 바꾼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불과 25세였고, 한순간에 말러를 연주하는 방법을 이해했습니다. 음악에서 휴머니즘과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아바도로부터 배웠죠.”

―부친인 게오르게 알렉산더 알브레히트도 유명한 지휘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제 첫 선생이셨고, 11세 때부터 하노버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아버지의 콘서트나 오페라를 거의 다 봤습니다.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말러와 브루크너 같은 대가의 작품을 아버지와 함께 ‘포핸즈(네 손 연주)’로 연주했죠. 제 음악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는 사촌이죠?

“아버지끼리 형제여서 친사촌입니다. 자랄 때 폰데어라이엔은 피아노를 정말 멋지게 연주했어요. 우리 친척들에게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건 늘 중요했어요.”

―2018년 서울시향 콘서트를 지휘할 당시 서울시향에서 어떤 면모를 느끼셨는지요.

“서울시향은 무대에서 펼쳐내는 에너지가 참 멋졌습니다. 리허설에서도 없던, 아름다운 사운드와 훌륭한 디테일이 뿜어져 나왔죠.”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휘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말러, 쇤베르크 등으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또는 20세기 초의 음악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그 시대에 매료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시대는 20세기가 시작되고, 후기 낭만주의가 모더니즘으로 대체되는 예술적 전환의 시대였죠. 수많은 천재 작곡가들의 ‘독창성 실험실’이었던 ‘빈’이라는 도시도 저를 매혹시켰습니다.”

―그 시대의 편성이 큰 관현악 작품을 지휘할 때도 ‘실내악적 음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음향에서 최고의 투명함과 깊이를 끌어내려는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악보에 있는 모든 세부사항과 음향의 층을 듣고자 하는 겁니다. 100명의 음악가가 다함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죠. 멋진 일 아닙니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독일 지휘자#마르크 알브레히트#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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