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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청결’은 상식일까 학습된 강박일까

입력 2022-10-01 03:00업데이트 2022-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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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배신/제임스 햄블린 지음·이현숙 옮김/280쪽·1만6000원·추수밭
2014년 스물아홉 살의 여성 에밀리 와이즈가 창업한 미국 화장품 업체 ‘글로시에’는 등장하자마자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피부가 1순위, 화장은 2순위”라는 참신한 구호와 세련된 제품 용기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끈 것. 하지만 화장품 성분은 지극히 평범하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여드름 치료제 ‘짓 스틱’의 성분은 타사 여드름 치료제들과 거의 동일하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짓 스틱은 3.5mL에 14달러.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제품은 42.5mL짜리가 5달러다.

의사 출신 기자인 저자는 글로시에처럼 화려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누 산업’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각 기업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비누, 세정제, 화장품 등 제품의 효과를 과장하고 때로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5년 넘게 물로만 씻는다는 저자는 ‘청결’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거대 산업의 진실을 폭로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청결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추적하고, 진화생물학에서 그 답을 찾는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동물은 살아남았고, 질병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동물은 멸종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병균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도록 진화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동자 계급이 ‘안 씻는 다수’라고 불렸을 정도로 청결은 차별의 척도로도 활용됐다.

깨끗해야 한다는 본능적 강박은 화장품 산업의 확대로 이어졌지만 저자는 화장품 광고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약품은 시장에 나오기 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화장품은 규제가 훨씬 덜하다. 그렇다 보니 문제도 발생한다. ‘유독한 화학 물질 없이 순하다’고 광고했던 미국 클렌징 컨디셔너 ‘웬’이 어린아이에게 탈모를 유발시켰고, 2017년 액세서리 매장 클레어스가 10대 소녀를 겨냥해 만든 색조 화장품에 유해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미생물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로 피부에 사는 미생물인 모낭충은 피부 각질을 먹고 살기에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피부에 있는 진드기와 여러 생명체가 단순히 존재 자체만으로 해악은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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