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보다 삼성전자-하이닉스 갈래”… 취업 최선호 업종 뒤집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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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취업 선호도]
작년-올해 상반기 이력서 분석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였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였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국내 한 대형 인터넷 기업에서 일했던 주니어급 개발자 A 씨는 올해 업종을 바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 처음 입사할 때와 비교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성장성이 한풀 꺾인 데다 회사 주가에 따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우리사주 등 기대 수익이 오락가락하는 급여 체계에 불만이 커진 탓이다. 산업 전반에 반도체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흐름에도 주목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한 20대 후반의 B 씨는 기계공학을 복수 전공해서 반도체 기업 상반기(1∼6월)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 B 씨는 “국내에서 가장 유망한 반도체 산업에 취업하기 위해 새로운 전공에 도전했다”며 “요새 문과생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공학 복수 전공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반도체·디스플레이가 취업선호도 1위
기업공개(IPO) ‘잭팟’의 꿈과 장밋빛 산업 전망으로 가고 싶은 기업 1순위였던 IT 업계가 올해는 반도체, 전기·전자와 같은 대형 제조업에 밀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IT 업계와 비교해 제조업체들이 주식보다 현금 등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대규모 채용에 나서며 더 큰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고공 행진하던 IT 기업들의 실적은 올해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 침체까지 덮쳐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등 이전과 같은 일확천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보가 최근 취업 플랫폼 진학사캐치에 의뢰해 올해와 지난해 상반기 각각 작성된 이력서 5만 건, 3만 건을 분석한 결과(신입·경력 합산) 올해 가장 인기가 높은 업종은 8.11%가 희망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으로 집계됐다. 캐치는 교육·취업 전문 기업인 진학사에서 2015년 만든 국내 톱3 채용 포털 서비스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은 ‘희망 산업 분야’ 2, 3위는 각각 공공기관(6.99%)과 포털·플랫폼(5.58%)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이 있는 포털·플랫폼이 6.80%를 기록하며 반도체·디스플레이(6.79%)가 근소하게 뒤졌는데 1년 만에 뒤집혔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 선호도도 3.76%에서 4.19%로 올랐다. ‘희망직무’ 기준으로는 IT·인터넷이 12.54%에서 10.66%로 줄어든 반면 생산·제조는 11.92%에서 13.67%로, 연구·개발이 11.50%에서 12.56%로 상승했다.
○ 처우 개선 경쟁하고 공격적 채용 확대하는 반도체
취업선호도 1위를 기록한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양대 산맥의 사활을 건 처우 개선 경쟁에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반도체 사업부 전 임직원에게 기본급 200%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 초 최대 300%에 달하는 특별성과급 지급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연말 특별상여금을 기본급의 300%로 책정하자 직원들이 반발한 영향이다. 또 두 기업은 대졸 신입 초임을 두고도 지난해부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선호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특히 정부가 10년 후 반도체 인력을 지금보다 15만 명 늘릴 수 있게 각종 진흥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앞으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도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1만6000명을 채용한다. 올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한 SK그룹도 역대 최대 규모인 1만3000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두 그룹 모두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뽑기 위해 채용 문을 활짝 열었다.
○ IT 업계는 실적·주가 난항에 찬바람
IT 업계는 올해 들어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정체된 산업 성장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대표 기업인 네이버는 연간 채용 계획을 지난해보다 30%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세 자릿수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 하반기는 두 자릿수로 감축했다.

이들 기업 모두 올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 불황 우려에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이 기대 이하로 부진한 영향이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뱅크, 크래프톤 등 주식 보상을 앞세웠던 기업의 직원들은 ‘반 토막’ 난 주가에 애를 태우고 있다. 증시 상황이 녹록지 않자 카카오모빌리티나 원스토어 등 상장을 추진했다가 접은 기업들도 있다.

김정현 캐치 소장은 “채용 규모나 기대 보상이 줄어든 IT 업계보다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는 채용 활동이 활발하고 훨씬 긍정적인 소식이 많다 보니 구직자들도 전망 좋은 산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취업선호도#반도체#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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