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제목 갑론을박…‘곡성’·‘부산행’ 때는 어땠나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18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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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과 관련해 남미 국가 수리남 정부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마약국가’로 왜곡했다며 항의했다. 이와 관련 주베네수엘라 대한민국 대사관(수리남 지역 겸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리남 한인회의 안전을 점검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수리남’의 영문제목은 ‘나르코스 세인츠’(Narcos-Saints·마약상-성자)다. 영문에서 실제 국가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건 한국 외교부가 작년부터 넷플릭스 코리아 측에 접촉해 수리남 정부의 우려를 전달한 것이 배경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리남 측은 그럼에도 ‘이미지 실추’에 대한 항의를 했다. 아직 수리남 정부가 제작사나 넷플릭스에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지명이 드라마나 영화 제목으로 선정돼 갑론을박이 따랐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개봉해 680만 관객을 동원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는 오컬트 스릴러 장르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실제 곡성군 주민들이 ‘지역 이미지 악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곡성군의 요청으로 엔딩 크레디트엔 실제 지명 ‘곡성(谷城)’과 영화 제목 ‘곡성(哭聲)’이 다르다는 내용과 함께 ‘영화는 전적으로 허구’라는 자막이 추가되기도 했다.

당시 유근기 곡성군수는 직접 기명 칼럼을 신문에 기고하는 등 적극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곡성군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 덕분인지 당해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약 23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한해 전체 관광객 수는 2018년 기준 2년 전보다 100만 명 늘었다.

앞서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곡성’과 달리 실제 경남 밀양시에서 제목을 따와 사용했다. 하지만 아동 유괴와 종교 문제가 강조되는 영화 내용에 밀양 주민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의 주연 배우 전도연이 칸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자, 밀양시는 밀양역과 밀양 시내의 촬영장소를 관광명소로 지정하는 등 홍보로 활용했다.

2018년 개봉한 정범식 감독의 공포영화 ‘곤지암’의 경우 제작·배급사와 ‘곤지암 정신병원’이 위치했던 경기도 광주시가 충돌한 경우다. 당시 개봉을 앞두고 시는 제작·배급사를 상대로 “주민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곤지암 영화 개봉 전 영화제목이 변경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큰 줄기는 역시 ‘지역 이미지 훼손’에 있었다. 여기에 실제 곤지암 정신 병원 건물 소유주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결국 ‘곤지암’은 제목 변경 없이 개봉했고 당시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260만 관객을 모았다. 당해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등에서 편집상·음향상 등을 수상했다.

그런가 하면 연상호 감독의 2016년 개봉작 ‘부산행’은 해외에서 부산을 꽤 많이 올리는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부산행’은 국내 관객 1100만을 모은 것은 물론 글로벌 흥행에서도 1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흥행했다. 부산이 최후의 방어선으로 나오고, 제목 자체가 ‘부산행’이라 해외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산 관련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예컨대 미국의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에서 부산 맵이 출시됐다.

이밖에도 2009년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또한 부동산 값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주민 여론이 형성 됐지만 개봉 이후 해운대구에서만 29만명의 관객을 동원(전체 누적관객 1132만명)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와 별개로 작년 개봉해 코로나19 위기 속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와 그리고 류 감독의 전작 ‘베를린’(2013) 또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했지만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반면 지난 5월 개봉해 1200만 국내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2’는 지명과 관계없이 베트남에서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범죄도시2’는 베트남 호치민시를 배경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납치·강도·살해를 일삼는 강해상(손석구)를 마석도(마동석)을 비롯한 형사들이 소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베트남 당국은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등급 심의를 반려했다. 베트남은 그간 정부 입장이나 국익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는 상영금지 처분을 하는 등 엄격히 규제해왔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베트남과 호치민시의 이미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란 추측도 나왔다.

할리우드에서는 지명을 제목으로 정할 때 그 지역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범죄도시로 이름을 떨쳤던 ‘시카고’의 이미지를 제목으로 그대로 가져온 뮤지컬 영화 ‘시카고’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앞선 예에서 보듯 국내에서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미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계 관계자는 “국내외 누구나 아는 지명이 아닌 경우 정확히 어딘지 모르거나, 지명은 알아도 지명만으로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논쟁 중인 ‘수리남’ 역시 마찬가지다. 순위, 화제성 등 그 ‘호기심’이 통하고 있어 지명이 제목으로 차용되는 일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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