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태양광 부실 사업…전력기금 2616억 줄줄 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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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사업 등에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중 약 2600억 원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가짜 재배시설을 짓고 대출받은 사례 등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5%만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 결과여서 전국적으로 조사가 확대되면 적발 사례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재생에너지서만 1847억 ‘혈세’ 낭비


文정부 태양광 부실사업

지자체 12곳 1차 표본조사 결과
공사비 부풀리고 가짜시설로 대출
에너지공단 지원 17%는 불법계약
정부 “수사 의뢰… 조사 전국 확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전력기금 사업)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2267건, 2616억 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2곳, 문재인 정부 5년간 투입된 12조 원 중 2조1000억 원에 대해서만 1차 조사한 결과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태양광 지원 사업의 경우 1차 점검 대상 중 다수 사업에서 부실이 확인됐다”며 “사업 계획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 없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것이 부실·위법 집행 사례가 대거 드러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력기금은 매월 전기요금의 3.7%를 떼서 조성하는 준조세 성격의 기금이다. 대규모 기금이지만 운영과 집행 내역에 대해 외부기관의 점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긴 손실이나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에도 전력기금 사용을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부당 지원액 2616억 원 중 70.6%에 이르는 1847억 원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부실 지원됐다. 위법 사례를 보면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부당 대출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

발전 시공업체인 A사는 공사비를 부풀린 세금계산서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하거나 공사비를 줄여 다시 발급하는 방식으로 4개 지자체에서 18억 원을 부당 대출받았다. 또 현행법상 재배시설이 있어야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가짜 버섯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시설을 짓고 총 34억 원의 대출을 받은 20곳도 적발됐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지원한 금융지원 사업 6509건 중 17%에 해당하는 1129건은 불법 계약이나 하도급 규정 위반 사례였다. 이들은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전기 분야 기술사 등이 작성해야 하는 전기공사비 내역서를 시공업체 견적서만으로 확정해 부실 대출을 받은 사례도 158건(대출금 226억 원)이 적발됐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과 보급에 지난해에만 1조3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사업을 쪼개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한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은 적발된 사안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전국으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덕진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은 “부당 대출 부분은 대부분 사기 범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며 “수사 의뢰를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의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부처에서 조사 인원을 추가로 파견 받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조사가 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압박한다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 시작은 이미 작년부터 했다”며 “누구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 같은 것을 잘 바꿔도 되겠다 하는 차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부실 사업#전력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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