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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대에 달린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2022-06-25 12:00업데이트 2022-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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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농구 달리기 ‘스포츠 찐사랑’으로 투지 불태우는 리더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으로 모이십시오. 여러분의 관심사인 시사 뉴스와 영어 공부를 다양한 코너를 통해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해주시면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뉴스레터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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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뒤 다시 일어선 조 바이든 대통령. 자전거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기는 스포츠다. 동아일보 DB


“I got my foot caught.”(발이 걸렸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습니다. 샤워하고 나오다가 넘어지고, 비행기 계단에 오르다가 넘어지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넘어지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닙니다.

언론은 넘어진 바이든 대통령을 다채롭게 묘사했습니다. 대통령의 낙상 사고를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take a tumble (CNN)’ ‘take a spill (로이터)’ ‘fall (AP)’ 등 다양한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take’는 넘어지는 동작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fall’은 무난하게 쓸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기는 스포츠입니다. 주말마다 백악관을 떠나 델라웨어 집에 가서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자전거를 탑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체력 유지를 위해 부지런히 운동을 합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준 프로급으로 운동을 잘하는 대통령도 많습니다. 대통령들의 스포츠 사랑을 알아봤습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예일대 야구선수 시절 베이스볼 카드.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d rather quote Yogi Berra than Thomas Jefferson.”(토머스 제퍼슨을 인용하느니 차라리 요기 베라를 인용하겠다)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 서랍에 야구 글러브를 간직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보고 프로야구 개막전 때 그 글러브로 시구를 했습니다. 예일대 야구부 시절 쓰던 글러브였습니다. 예일대 야구팀 ’불독스‘의 1루수 출신인 그는 4학년 때 주장을 맡아 전미대학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매년 예일대 야구부를 자신의 메인 주 별장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었습니다. 부시 동문을 자랑으로 여긴 예일대는 ’예일 필드‘로 불리는 야구 경기장을 지난해 ’부시 필드‘로 개명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야구 사랑은 이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1988년 대선 승리 후 취임 연설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공감하기 힘든 토머스 제퍼슨보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야구인 요기 베라를 인용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2002년 ’더 건강한 미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3마일 경주대회에서 1번을 달고 달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오른쪽으로 2번의 부인 로라 여사도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He is not a jogger but an honest-to-God runner.”(조거가 아니고 정말 러너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자녀들에게 ’야구 특훈‘까지 시켰지만 모두 소질이 없었습니다. 맏아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뜻밖에 달리기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아들 부시는 서른이 넘어 두 가지를 시작했습니다. 정치에 입문했고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1993년 46세 때 첫 출전한 휴스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44분 52초로 완주했습니다. 마일당(1마일은 1.6km 정도) 8분 30초대의 실력이었습니다. 2002년 대통령 운동 장려 캠페인으로 열린 3마일 경주대회에서 20분 29초로 끊으며 마일당 7분 미만대로 향상됐습니다. 당시 56세의 나이에 대단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조깅을 한 부시 대통령은 너무 빨리 달려서 경호원들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를 경호했던 댄 에밋은 나중에 대통령들의 달리기 실력을 비교한 책 ’가까운 거리에서(Within Arm‘s Length)’에서 부시에 대해 “조거가 아니라 러너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honest to God(신에게 정직하게)”라는 감탄사까지 썼습니다. ‘정말’ ‘진짜’라는 뜻입니다.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을 때 신에게 약속합니다. 줄여서 ‘HTG’라고 합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서 농구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He was not the weak link. He held his own.”(그는 약점이 아니다. 제 몫을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부터 농구를 좋아했습니다. 포지션은 왼쪽 포워드. 그가 속했던 고교 농구팀은 1979년 주 대항전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백악관 뒤뜰에서 농구를 잘 하는 직원들과 어울려 슛을 던졌습니다. 프로 농구선수들과 친선게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친선게임을 벌였던 한 전미프로농구(NBA) 선수는 “he held his own”이라고 했습니다. 스포츠나 선거 상황에서 많이 쓰는 ‘hold one’s own‘은 ’밀리지 않고 버티다‘ ’자기 몫을 하다‘는 뜻입니다. “weak link”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스포츠 팀이나 사내 프로젝트 팀을 짤 때 실력이 부족한 멤버들이 있습니다. 그런 구성원을 ’weak link‘라고 합니다. 팀워크에 부담을 주는 ’약한 고리‘라는 뜻입니다.
● 명언의 품격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요기 베라는 1940~60년대 뉴욕 양키스의 황금시대를 이끈 포수 출신으로 2015년 사망했습니다. 그가 존경받는 것은 뛰어난 야구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구에 빗댄 명언들을 다수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2008년 뉴욕 양키스 행사에 참석한 요기 베라. 뉴욕 양키스 홈페이지


“It ain’t over ‘ti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973년 뉴욕 메츠 감독 시절 팀이 연패를 하며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을 때 한 기자가 “이걸로 시즌이 끝이냐”고 묻자 베라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메츠는 심기일전해 그 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게 패했습니다.

언어학적으로 이런 말을 ‘tautology(타털로지)’라고 합니다. ‘동어반복,’ 즉 같은 뜻의 말을 표현만 달리해서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대개 접속사로 이어지는 문장은 인과관계, 부연설명 등의 목적을 가지는데 이 말은 비슷한 의미를 두 번 되풀이할 뿐입니다.

곱씹어보면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도 수많은 팝송과 드라마 대사에 언급되며 ‘국민 명언’으로 사랑받는 것은 이만큼 희망을 주는 말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fighting spirit(투지)’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듣습니다.

이밖에도 베라의 명언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The future ain‘t what it used to be”(미래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When you come to a fork in the road take it”(길을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택해야 한다), “If you don’t know where you are going, you‘ll end up someplace else”(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곳에서 끝날 것이다), “It’s like deja vu all over again”(기시감이 계속 되는 느낌이다) 등이 있습니다.
● 실전 보케 360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트위터 직원 회의에서 향후 경영 방침 등에 대해 밝혔다. 동아일보 DB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한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화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인수 후 경영 방침 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정리해고, 재택근무에서부터 표현의 자유, 계정보호 정책까지 직원들의 질문이 넘쳤습니다. 머스크의 답변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입니다. 언론이 모두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One does not need to read between the lines, one can simply read the lines.”(행간을 읽을 필요 없다. 행을 읽어라)

‘line’은 단순히 ‘선’이 아니라 ‘말’ ‘대사’라는 뜻입니다. 대화할 때 상대의 의도, 속뜻을 파악하는 것을 ‘read between the lines’(행간을 읽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의도 파악은 추측이기 때문에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저의를 파악하려는 과잉 노력은 인간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 그래서 보여지는 대로 ‘read the lines’(행을 읽다)‘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WYSIWYG‘(위지윅)이라고 해서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는 게 믿는 것이다)”이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뒤 수많은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트위터 직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행간을 읽지 말고 행을 읽어라”는 머스크의 발언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머스크는 논란을 즐기고, 말을 자주 바꾼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에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3월 28일 소개된 정치와 스포츠의 관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2018년 3월 28일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180328/89333672/1

달리기 출발선의 선수들. 미국 정치 용어 중에는 스포츠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다. 동아일보 DB


미국 정치 용어 중에는 스포츠에서 유래한 것이 많습니다. 정치와 스포츠는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Jump the gun.”(섣불리 행동하다)

육상선수가 심판의 총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튀어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표현은 선거 때 자주 등장합니다. 개표 방송을 보면 승리가 확실히 결정되기도 전에 ’승자(winner)‘라고 단정 짓는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승자가 뒤집어지기도 하는데 말이죠. 섣부른 행동을 ’jump the gun‘이라고 합니다.

CNN은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2008년 ’선거결과 발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나옵니다. “We won’t jump the gun before the winner is confirmed.” “우리는 승자가 확인되기 전에 단정 짓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물론 그 후에도 CNN은 수차례 승자 오보를 냈습니다.

“Lose the locker room.”(아랫사람의 신뢰를 잃다)

역시 스포츠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팀이 연패를 당합니다.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면 감독은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선수들에게 더 이상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lose the locker room’(라커룸을 잃다, 라커룸에 들어가지 못하다)‘라고 합니다.

정치에서는 어떻게 쓰일까요.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임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물러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무부 직원들은 리더십 부족을 이유로 듭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틸러슨 전 장관은 자신이 신뢰하는 몇몇 부하들하고만 대화할 뿐 조직의 구성원들과는 소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틸러슨 전 장관이 물러난다는 말에 적잖은 국무부 직원들이 속으로 “Hooray(만세)!”를 외쳤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전 장관 같은 리더는 부하의 존경을 받기 힘들다는 점에서 ’he has lost the locker room‘이라고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뒤에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It is very hard to get it back.‘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다.‘ 리더들이 명심해야 할 말입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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