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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학교운영부터 아프간인 치료까지… “소외이웃에 재활 꿈 이식”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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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 사회공헌]〈1〉국내활동 기지개
장기입원 어린이 학습권 보장위해 병실서 놀이치료 넘어 수업도 진행
홀몸노인-저소득층 대상 의료봉사…혈액검사와 물리치료 등 외래진료
건강 취약 아프간인들 몸상태 체크… 임산부 제왕절개-부정맥 시술까지
고려대 안암병원 병원학교에서 아이들이 종이접기 수업을 받고 있다. 병원학교는 병원이 꾸준히 운영해 온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의료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내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경북 지역에는 자원봉사를 하려는 의료인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감염을 무릅쓴 의료인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에만 그랬던 건 아니다.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주목받지 못했을 뿐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잠시 주춤했던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 사회공헌 활동’ 시리즈를 게재한다.》



장기간 입원하는 어린이 환자는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오랜 입원으로 인한 정서 불안 등의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부모로서는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어디 있을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 입원 환자를 위한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있다. 이른바 ‘병원학교’라 부른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치료를 도와 퇴원 후 학교와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

병원학교는 병원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현재 여러 대학병원과 국립병원이 이런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한 지금 확대하는 병원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병원학교는 실제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고려대의료원이 운영 중인 병원학교 사례를 살펴봤다.

○ “아이들에겐 꼭 필요한 병원학교”
초등학교 5학년인 민철(가명) 군은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수술도 여러 차례 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오랜 투병 생활에 민철 군은 지칠 대로 지쳤고 활기도 잃었다. 그런 민철 군이 2019년 7월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민철 군은 휠체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실에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이 직접 병실로 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이치료를 했다. 민철 군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곧 흥미를 갖고 놀이치료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영식(가명) 군은 구토와 장 마비 증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8년째 매달 한두 번씩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에 빠지는 날도 많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음에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랬던 영식 군도 병원학교에서 놀이치료와 음악치료를 받으면서 달라졌다. 영식 군의 어머니는 “어두웠던 아이가 많이 밝아졌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고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뒤처지기 쉬운 수학, 과학 등의 수업도 함께 받아 더욱 좋다고 한다.

이처럼 병실에 오래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는 병원학교가 ‘탈출구’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병원에 가니까 기분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석(가명) 군은 “병실에 있을 때도 병원학교 가는 시간만 기다렸다”고 했다. 민지(가명) 양은 “처음엔 긴장했는데, 지금은 퇴원하는 게 싫을 정도다. 밖의 학교보다 더 즐거워서 퇴원한 후에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산하 3개 병원 모두에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2008년 구로병원이, 지난해 안암병원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면서 올 3월엔 안산병원 병원학교도 출범했다. 1박 2일 캠프나 학부모 프로그램이 별도로 진행된다. 최병민 고려대 안산병원 병원학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맞춤형 교과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학습할 기회와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줌으로써 치료와 교육 효과가 커져 일상 회복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대상 의료봉사 기지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가 출산한 아이를 의료진이 안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진이 경기 안산시 다문화 가족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는 모습. 고려대의료원 제공
병원들은 그동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도 수시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대면 의료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의료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이 가장 컸다. 주로 저소득층, 홀몸노인, 다문화 가정,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취약계층을 찾아 봉사 활동을 벌였다. 현지에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촬영, 골밀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외래 진료를 하거나 물리치료를 했다. 복지 상담도 병행했다. 외부 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도 진료 버스를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5만 명이 이 ‘이웃과 함께 하는 순회진료’ 서비스를 받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농촌봉사단은 2018년 초부터 전국 농촌 8개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6년부터 그 지역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봉사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서울 구로구의 건강 계단 사업에 동참한 것이다. 구청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1인당 20원의 기부금을 적립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50만 명이 이 ‘건강 계단’을 이용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말에 기부금을 전달했고, 이 돈은 소외계층의 의료복지에 사용됐다.

올 들어 여러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의료원 또한 이웃과 함께하는 순회진료, 농촌 봉사, 안산 지역 다문화 봉사를 재개했거나 하반기에 재개한다.

○국내로 들어온 아프간인 정착도 지원
지난해 9월 탈레반의 핍박을 피해 390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프간 현지에 파병된 우리 군의 병원이나 기지에 근무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탈레반 점령 아래에서는 목숨을 잃을 우려가 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을 국내로 데려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특별기여자’라 부른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입국 당시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했다. 장기적으로 그들의 국내 정착을 도와야겠지만 당장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80%는 여성과 18세 미만의 아이들이었고, 임산부 7명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분야의 의료 지원이 시급했다.

이때 고려대의료원이 인재개발원에 의료진을 파견해 6주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컴퓨터단층 촬영(CT), X레이, 초음파 검사 등이 가능한 의료버스 2대도 현장에 배치했다.

고려대 의료진은 임산부 케어에 특히 신경을 썼다. 지속적으로 방문해 몸 상태를 체크했다. 얼마 후 A 씨가 출산을 앞두자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이송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첫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고려대 안암병원은 또 다른 임신부 B 씨의 출산을 도왔고, C 씨의 부정맥 시술도 진행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을 놓고 일각에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로 들어온 이상 그들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지금은 이웃의 아픔이 나의 불행으로 귀결되는 ‘초연결사회’”라며 “국적을 떠나 다 함께 살기 위해 의료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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