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저금통 사진을 보며 떠올린 전쟁과 약탈…누가 부자가 될까[고양이 눈썹/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3일 12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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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021년 12월.

▽큰 재물을 빨리 얻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위 사진처럼 돼지 저금통은 정답이 아닙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답은 행운, 사업 그리고 약탈입니다.

1) 행운 : 로또처럼 8백50만분의 1 확률을 뚫을 운이 있으면 됩니다. 상속도 큰 재물을 얻는 지름길인데, 행운이 가장 중요합니다.

2) 사업 : 창발성과 노력, 안목과 도전정신이 핵심이겠죠. 운도 따라야 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이자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업가는 창조자이므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3) 약탈 : 사기 절도 강도 횡령 등 각종 범죄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개인이나 집단의 약탈은 범죄로 처벌됩니다. 그런데 국가권력 단위의 약탈은 용인되거나 심지어 권장될 때도 있었습니다.

▽16세기 스페인 군대는 중미의 마야 문명, 남미의 잉카 제국을 무너뜨리며 황금을 대대적으로 약탈하죠. 당시 스페인의 전성기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약탈은 또 다른 약탈을 부릅니다. 부를 획득하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신대륙 약탈에서 한 발 늦은 영국은, 금은보화를 실은 스페인 함선을 카리브해에서 약탈합니다. 해적 행위지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영국왕실은 일부 해적들에게 해군 지위를 내려주면서까지 약탈을 권장합니다. 이 때 획득한 부가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기초 자본이 됐습니다. 영국의 ‘젠틀맨’ 문화는 제국의 뿌리가 해적임이 부끄러워 이를 덮으려고 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스틸컷.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스틸컷.
권력의 ‘전통적인’ 약탈은 침략·정복전쟁과 식민지배입니다. 권력의 탄생과 궤를 같이하다 19세기~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시대에 절정에 달했죠. 약탈이 국가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시대입니다. 하지만 약탈의 전쟁은 이제 문명세계가 절대적으로 피하려 하는 정치행위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벌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엔이나 EU 그리고 NATO같은 국제기구들도 전쟁을 막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1980년대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도일이 발표한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른바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 마저 갸우뚱 하게 되는 세태에 이르렀습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부국(富國)을 위해 경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자본을 유치하며 국가 자원을 체계적으로 동원해 ‘2)사업’을 일으킵니다. 사업으로 재물을 생산하고 이를 국민들과 나누려합니다. 그러나 푸틴 정부는 천연 자원을 뒷배 삼아 주변국들을 폭압적으로 지배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3)약탈’로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만듭니다. 근대 이전의 강국들이 하던 짓입니다. 과연 문명국가인가요.

▽문제는 전쟁이 특정지역에서 벌어져도 이제는 약탈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세계는 평평하면서도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 약탈하지 않습니다. 이미 오른 석유 등 기초 원자재와 밀 같은 곡물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입니다. 철근 값 상승으로 우리나라도 건설 현장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주유소의 기름값과 식재료 값 인상에 한국인들도 줄줄이 ‘약탈’을 당하고 있습니다. 의도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푸틴 정부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꼴입니다. 모두가 매일 호주머니를 털려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희생자를 기리며 전쟁 종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철근 가격 인상으로 멈춰 선 광주의 아파트 건설 현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철근 가격 인상으로 멈춰 선 광주의 아파트 건설 현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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