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중대재해’ 경영책임자 명확히… 안전 이행 증빙 챙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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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기업과실치사법 참고해 제정… 제조 결함따른 안전사고도 규제
경영진 처벌하는 점이 달라… 재해 생겨도 의무 다하면 미처벌
실질적 안전 책임자 밝혀두고 안전시스템 주기적 점검 보완을
사고땐 응급처치-현장보존 후 고용노동부에 즉시 보고해야
원인파악 나서야 수사-재판 유리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과거 사업장 내 재해 발생 시 주로 현장 책임자를 처벌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선 예방보다는 과도한 징벌에 집중하는 법이라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의무 대상별로 수행해야 할 안전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성이 결여된 점도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두 달 동안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법 강화는 필요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높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1호(2022년 3월 2호)에 실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대응 방안을 요약 소개한다.
○ 영국 기업과실치사법 참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과정에서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기업과실치사법)을 참고했다. 하지만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은 법인에 대한 벌칙만 부여할 뿐 기업 경영진 등 개인을 벌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는 차이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진에 대한 벌칙을 추가한 것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업의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즉, 기업의 경영진에게 중한 형사처벌에 대한 압박감을 주어 안전·보건에 관한 시스템을 미리 갖추고 점검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미 행해진 불법에 대한 책임 추궁을 넘어 미래의 불법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른바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을 도입해 근로자 등 작업자에게 발생한 사상 사고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료·제조물의 설계, 제조, 관리상 결함에 따른 안전사고도 함께 규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건·사고들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 중대재해 발생 전 대응 방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다. 하지만 법의 구성 요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전에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그에 관한 증빙을 잘 갖춰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은 사전에 이 법의 수범자인 ‘경영책임자’를 명확히 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사업총괄책임자)’ 또는 이에 준해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안전보건업무담당자)’을 경영책임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핵심이다. 따라서 기업은 적절한 경영책임자를 선임하고 그를 중심으로 사전에 안전 보건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한 뒤 주기적으로 점검·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비한 사항이 드러나면 필요한 인력, 예산 등을 투입해 보완이 이뤄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재해 발생 후 대응 방안

많은 기업이 중대재해 발생 시 향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나머지 오히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재해 발생 시 업무 처리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 두고 그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우선 ‘긴급 조치 및 현장 보존’을 실시해야 한다. 재해자에 대해 신속히 응급 처치 및 병원 후송을 실시하고 가족에게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 특히 사고 발생 즉시, 관련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2차 재해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실시하고, 현장 보존을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신속히 보고해야 한다. 다수의 법령에서 재해 발생 시 감독 관청에 보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에 지체 없이 보고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기업의 안전 보건 담당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령의 내용을 미리 숙지해 그에 대한 보고 의무를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

보고 후에는 신속하게 회사 내 전담팀을 구성하고 업무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해 발생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는 향후 수사 및 재판 대응을 위해서도 반드시 취해야 하는 조치다. 사고에 대한 초기 수사 대응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원인 및 회사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 이행 현황 등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중대재해 사건들의 경우를 보면 노동청, 경찰, 소방청, 방재센터 등 다수의 관계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사고 원인 조사 및 담당자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고 검찰이 이들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본사 및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 및 포렌식 수사, 본사 주요 임직원에 대한 신병 처리 등 적극적인 수사 지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차맹기·조서경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maengkee.cha@kimchang.com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dbr#중대재해법#경영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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