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발등에 떨어진 산불… 첨단 소방기술로 대응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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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발전하는 ‘스마트 소방’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는 해마다 초대형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한반도 면적의 5분의 1 정도가 불탄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꼽는다.

드론이 2020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일어난 산불의 진압을 돕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 미네소타 천연자원부 제공
드론이 2020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일어난 산불의 진압을 돕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 미네소타 천연자원부 제공
하지만 기후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불 대응에서도 첨단기술로 화재에 대응하는 ‘스마트 소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과 결합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새로운 산불 감시관으로 떠오른 게 한 예다. 2013년부터 미 서부 전역에 800여 대가 설치된 AI 산불 감시 카메라는 화재 발생 사실을 소방관과 인근 주민에게 곧바로 전달한다.

○ 예측 시스템 산불 피해 확산 방지 효과 뛰어나

미 서부 숲에서 활용되는 AI 산불 감시 시스템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와 오리건대가 공동 개발해 주 정부에 납품한 것이다. 최근 4년간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화재 1000여 건을 조기에 진화하고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효과를 톡톡히 본 이들 주 정부는 올해 말까지 AI 산불 감시 카메라를 1000대로 늘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지난해부터 산불 발생 예측에 컴퓨터 모델링 분석 기법을 도입했다. 이상 기상 조건 때문에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조기에 위험 지역을 파악하면 소방인력과 자원을 빠르게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따르면 모델링 기법을 도입한 뒤 발생한 산불의 95%가 4ha(헥타르) 이상 번지지 않고 조기에 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산불 데이터를 활용해 취약한 지역의 지도를 작성하거나 산불 확산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으로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진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지난 동해안 산불에서 인명 피해가 한 건도 없었던 것도 예측 시스템의 도움을 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림청 관계자들이 드론을 날려 야간 산불 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관계자들이 드론을 날려 야간 산불 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드론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작은 불씨도 감지하는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실은 드론이 날아다니며 산불 감시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처음 도입된 뒤 야간 운용이 어려운 헬기를 대신해 불씨 확산 상황을 파악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데 200차례 투입됐다. 동해안 산불에서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에서 드론이 불씨를 확인하고 신속히 진압해 화재 확산을 막았다. 경북소방본부는 이런 드론을 19기 보유하고 있다.

○ 인공강우, 로봇까지 첨단기술 총동원

기후변화로 나무가 말라붙으면서 산불이 발생할 환경이 쉽게 조성되고 있다. 미국 전국합동화재센터에 따르면 2011∼2020년 연평균 전 세계에서 6만2805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24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이른다. 동해안 산불은 발화부터 진화까지 213시간 43분이 걸린 사상 최장 시간 산불로 기록됐다. 각국이 산불 대응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유다.

미국 로봇회사 ‘하우앤드하우’가 개발한 소방 로봇 ‘터마이트 RS3’. 하우앤드하우 제공
미국 로봇회사 ‘하우앤드하우’가 개발한 소방 로봇 ‘터마이트 RS3’. 하우앤드하우 제공
인공강우 기술은 조만간 적용될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물방울이 맺히게 하는 구름씨앗을 뿌려 비를 내리게 하거나 강우량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중국에선 2017년 내몽골에서 발생한 산불을 인공강우로 진화했다. 미국기상연구대학연합(UCAR)에 따르면 37개국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로봇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로봇회사 ‘하우앤드하우’는 소방 로봇 ‘터마이트 RS3’를 개발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당국에서 활용하는 이 로봇은 1분에 9500L의 물을 뿜어내는 강력한 물대포를 가졌다. 기존 소방 호스의 10배 속도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0∼2019년 발생한 산불 원인의 36%가 입산자 실화로 나타났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연구사는 “국내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고의나 실수로 발생한다”며 “개개인이 조심하면 현재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기후위기 시대#산불#첨단 소방기술#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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