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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단독]“모든 게 내 탓 같아”…청년층 정신건강 상담 2년새 2.5배로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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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중심 ‘정신적 어려움’ 호소
자료: 서울시
“처음엔 코로나19 탓을 했는데 갈수록 모든 게 제 탓으로 느껴져요.”

김모 씨(3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1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최근 구직 활동마저 포기하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 밖에도 나가지 않는다. 김 씨는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을 자기도 어렵다. 기분도 항상 우울한 상태”라고 밝혔다.
○ 서울 청년 상담건수 10만 건 넘어
자료: 서울시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는 동안 청년들의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가 운영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25곳의 청년(19∼38세) 상담건수는 10만138건으로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4만481건)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상담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상담을 요청한 청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구직난 △거리 두기로 인한 사회관계 부족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우울감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동호회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크게 줄였다는 김모 씨(32)는 “집밖 외출을 자제하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다른 사람과 대화할 기회도 급격히 줄었다”고 했다. 김 씨는 “예전엔 지인을 만나 얘기하거나 모임에 나가 활동하면서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지금은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임모 씨(20)는 “비대면 수업을 받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자기계발이나 취업 준비에서 내가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걱정된다”면서 “특히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김해자 서초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실장은 “대학 신입생과 청년 1인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2030세대가 많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그 정도가 심해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 프로그램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청년 시기 정신건강 관리 중요”

전문가들은 청년 시기 정신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향후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 시기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때이고 취업이나 관계 형성 같은 다양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이때 정신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강박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우울감이 가족 및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정균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심화되는데 대면활동이나 취미생활은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누구나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들의 정신건강 악화는 가족 문제, 사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사회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면 청년들이 정신건강을 수시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준수 교수는 “지역사회 곳곳에 정신건강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청년들이 수시로 진단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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