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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LPGA는 나린에게 내린 선물” 11일 출국 앞둔 안나린의 새로운 희망가[김종석의 TNT타임]

입력 2022-01-08 09:54업데이트 2022-01-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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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프링스에서 훈련 후 27일 첫 출격
Q 시리즈 수석 합격 후 높아진 위상
국내 퍼팅 2위, 정교한 쇼트게임 강점
빠른 적응으로 맥 끊긴 신인상 기대감
미국LPGA투어 수석합격 후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11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한국 골프 기대주 안나린. 안나린은 최근 메디힐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협찬사 후원이 쏟아지고 있다.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잔디에서 공부터 치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매트에서만 쳐서요.”

‘꿈의 무대’를 앞둔 안나린(26·메디힐)은 벌써부터 부푼 기대감에 의욕이 넘쳐 보였다. 미국에 가면 뭐부터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연습’부터 꺼냈다.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수석 합격한 그는 11일 미국으로 출국해 빅 리그를 향한 첫 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컨디션 조절을 한 뒤 27일 플로리다 주 보카 레이턴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대회 게인브릿지 LPGA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Q 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해 2022시즌 LPGA 투어에 뛰어드는 안나린. 세마스포츠마케팅 제공



●“영어도 잘하고 서핑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안나린은 “출국 날짜가 다가오지만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현지에 도착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맘때 기억을 떠올렸다. 2021년이 밝았을 때 그는 US여자오픈(당시 12월 개최) 출전 후 자가격리를 마친 직후였다. 이 대회를 통해 미국 진출을 향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한다. 안나린은 “미국 대회를 다녀와서 느꼈던 부분이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얼른 미국에서 투어를 뛰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소망을 이뤄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일 생일을 맞았던 그는 “아침에 어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먹고 오전 8시부터 운동을 했다”며 “오후 늦은 시간부터 가족과 함께 보냈는데 오랜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케이크 자르고 와인으로 건배하는 시간을 가져 너무 행복했다”며 웃었다.

부모님이 지어준 ‘나린’이란 이름은 순한글 고어에서 유래했다. 내려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늘에서 LPGA투어 카드라는 큰 선물을 내려준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LPGA투어에 가서는 주업인 골프 외에도 하고 싶은 게 적잖다. 그는 “미국 가서 언어를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예전부터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못했던 서핑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상종가로 스폰서 계약만 10개에 이르러


안나린은 주목할 루키로 LPGA에 뛰어들면서 최근 스폰서 계약도 줄을 잇고 있다. 고진영과 박성현 등 간판스타들이 소속된 세마 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마쳤다. 7일에는 메디힐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이 운영하는 메디힐 골프단에는 김세영, 유소연 등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태안모터스 아우디(차량), 보그너(의류), 캘러웨이(용품), 타이틀리스트(볼), 풋조이(장갑, 골프화) 등과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세마 스포츠마케팅은 앞으로 2개 업체와 서브 스폰서 계약을 추가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상종가는 안나린이 LPGA투어에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열 SBS 해설위원은 “안나린이 Q시리즈를 치른 골프장이 국내에는 생소한 버뮤다잔디였는데도 1등을 차지한 걸 보면 대단하다. 그런 적응 능력이면 큰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잎새가 두꺼운 버뮤다잔디는 결의 영향을 받기 쉬워 그린스피와 라인을 읽을 때 각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만 김 위원은 “긴 이동 시간에 따른 체력 문제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PGA투어 퀄리파잉시리즈 한국 선수 수석 합격 현황


안나린과 5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프로골퍼 출신 윤소원 용인대 교수는 “안나린 프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 침착함이 최대 장점”이라며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성적을 잘 내는 편이며 쇼트게임 특히 퍼팅이 강한 선수여서 모든 조건이 바뀐 투어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윤 교수는 또 “예전부터 시간을 내서 영어를 준비했기에 어느 정도 소통은 될 것이다.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면서 “수석이라고 부담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본인의 장점을 잘 살려 플레이한다면 꾸준한 성적을 낼 것 같다”고 조언했다.

컴퓨터 퍼팅이 최고 장점으로 꼽히는 안나린. KLPGA 제공


안나린은 2021시즌 KLPGA투어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2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11차례 톱10에 들며 2년 연속 상금 6억 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그린에서 강점을 보이며 평균 퍼팅수 2위(29.62개)에 오른 것도 비결로 꼽힌다.

홍미영 세마스포츠마케팅 전무는 “안나린 프로 어머니에게 들은 장점이 있다. 음악적인 템포, 박자감이 좋다고 하더라. 골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만개한 기량


안나린은 골프 시작이 일반적인 선수들보다 훨씬 늦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이 골프를 권유했는데 안한다고 했다. 뛰어노는 걸 좋아해 태권도, 축구를 즐겼다는 것. 골프는 가만히 서서 하는 것 같아 재미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멀어진 골프에 꽂히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보게 된 골프 대회 중계 때문. “신지애, 최나연, 박인비 프로가 활약하던 모습을 자주 봤어요.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한항공 엔지니어로 일하던 아버지가 제주로 전근을 가면서 한라중에 다니던 2009년 가을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뒤늦게 골프에 입문하면서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력도 변변히 쌓을 수 없었고 주니어 대회 때도 우승 한번 한 적이 없었다. 2부 투어 시절 유일하게 우승 경험을 했을 뿐이다. 투어에 뛰어들어서도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안나린 역대 KLPGA투어 시즌 성적



2020년 10월 오택캐리어 챔피언십에서 KLPGA투어 93번째 도전 끝에 첫 우승을 달성한 뒤 11월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서 다시 정상에 올랐다. 4주 사이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안나린은 “물론 나 역시 우승을 간절히 원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그날이 따라오리라는 생각뿐이었다. 투어 프로라는 생활 자체가 직업으로서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LPGA투어도 오랜 목표 가운데 하나였기에 어떤 고민이나 흔들림 없이 묵묵히 그 ‘고지’를 향해 다가갔다.

안나린의 안정적인 하이브리드 클럽 스윙. 정진직 작가 제공


●아직 갈 길 멀어. 9번홀 티샷 준비 중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2015년 김세영부터 2019년 이정은까지 5년 연속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이정은은 2018년 Q시리즈 수석 통과한 뒤 최고 루키의 영예까지 안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신인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기에 안나린과 이번에 같이 데뷔하는 최혜진 등이 다시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안나린 역시 신인상 뿐 아니라 다승 등도 물론 노리지만 우선은 투어에 빨리 적응하면서 자신 만의 강점을 갖추려고 한다.

안나린은 자신의 골프 인생을 18홀 라운드라고 보면 현재 상황을 9번홀 티샷 준비에 비유했다. “9번홀이 끝나면 후반전인 데 아직 후반전은 시작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아갈 길과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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