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오케스트라 창원’ 단원-학부모 호소로 기사회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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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문화재단 “내년부터 해체” 통보에 학부모-강사들 “항의 집회” 강경대응
창원시 “해체 백지화, 예산 원상회복”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이 11월 20일 개최한 정기 연주회 모습. 이날 연주회를 마친 뒤 단원들과 강사, 학부모들은 눈물의 송별식을 가졌다.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 제공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이 11월 20일 개최한 정기 연주회 모습. 이날 연주회를 마친 뒤 단원들과 강사, 학부모들은 눈물의 송별식을 가졌다.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 제공
“7년간 꿈을 키워 온 오케스트라가 없어진다니 눈물만 납니다.” “아이들의 꿈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 단원과 학모부의 간곡한 호소가 오케스트라 해체를 극적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언제라도 자치단체장의 결정에 따라 해체와 축소 방침이 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례 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발단은 지난달 20일. 창원문화재단은 이날 정기 연주회를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를 해체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재단이 내년부터 기존 ‘꿈의 오케스트라’를 해체하고 30명 규모의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고 통보한 것이다.

창원 꿈의 오케스트라는 62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단원에 음대 교수 1명, 전공자 12명 등 13명의 강사로 이뤄져 있다. 창원문화재단은 자금 사정으로 현재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오케스트라를 해체하고 절반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새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새 오케스트라 단원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계층으로만 뽑고, 강사도 최저시급의 음대 재학생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창원시도 이 계획을 받아들여 내년도 오케스트라 운영 예산을 기존 1억6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축소해 편성했다.

해체 방침이 알려지자 단원들과 학부모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창원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글을 쓴 단원 김예진 양(17)은 “7년간 공연을 하며 사람들 앞에 서는 데 자신감도 생겼고 친구들과 협동, 배려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며 “오케스트라 폐지 소식에 단원들 모두 슬퍼하고 있다”고 했다. 단원 김민지 양(16)도 “8년째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 결과 세계 어린이 음악축제 오디션에도 합격해 우리나라 대표 타악기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며 “음대를 졸업해 꿈의 오케스트라 강사가 되는 게 꿈이다. 우리의 꿈을 빼앗지 말아 달라”고 창원시에 호소했다.

하지만 창원시와 문화재단이 해체 입장을 고수하자 학부모와 강사들은 15일 집회신고를 위해 경찰서로 향했다. 반대 시위를 열어 시민들에게 오케스트라 해체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집회가 열리기 직전인 17일 오전 창원시는 문화재단의 해체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또 내년도 추가경정 예산으로 줄어든 예산도 원상회복하겠다고 학부모 대표에게 약속했다.

전국에는 창원 꿈의 오케스트라 같은 오케스트라가 모두 49개 있다. 이곳에선 3000여 명의 아동, 청소년이 다양한 악기를 배우며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부는 2010년 전국 8개 오케스트라에서 시작해 올해 현재 49개까지 참여기관을 늘렸다. 초기 5년간은 정부가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이후 2년간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기획비 등을 지원하지만 이후부터는 자립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기준 자립 단계에 있는 오케스트라는 총 31개이며, 창원 꿈의 오케스트라 등 18개는 자치단체 등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줄이면 그때부터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규모나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서울 성동구, 전북 부안 등 일부 지자체는 아예 조례를 제정해 지자체가 꿈의 오케스트라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창원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경남대 차문호 교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지난 9년간 예술교육과 인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며 “창원시가 예비 문화도시에 걸맞게 오케스트라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조례 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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