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스승이 입상한 콩쿠르서 우승… “차분함-노련함 다 갖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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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함께하는 제16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 김준형씨 우승
獨 유학파… 국제 대회는 첫 우승 “표현할 수 있는 전부를 쏟아냈다”
심사위원들 “목소리 완성된 연주자”
2위 예수아도 “흠없는 연주” 호평… 베토벤 소나타 연주로 특별상 수상

17일 열린 제16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이틀째 경연에서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장윤성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김준형은 이 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제공
17일 열린 제16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이틀째 경연에서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장윤성이 지휘하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김준형은 이 대회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제공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은 음악적으로 어려운 곡이지만 어떤 낭만주의 협주곡 못잖게 커다란 힘을 지닌 곡이죠. 확신이 있었기에 결선곡으로 택했고, 표현할 수 있는 모두를 쏟아 넣었습니다.”

제16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의 영광을 안은 김준형(24·독일 뮌헨음대)은 20일 수상을 통보받고 이렇게 말했다.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린 이 콩쿠르에서 2위는 예수아(21·독일 하노버음대), 3위는 이승현(27·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음대 석사과정), 4위는 이택기(25·미국 커티스음악원), 5위는 유성호(25·한국예술종합학교), 6위는 한규호(28·독일 뮌스터음대)에게 각각 돌아갔다. 이번 콩쿠르는 12개국 139명이 참가를 신청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8개국 57명이 예선에 참가했으나 각국 심사위원 11명이 참여한 1, 2차 예선과 준결선을 거치면서 한국 국적의 6명만 결선에 진출했다.

동아일보사와 서울시 주최, LG 협찬, 상명대와 라율아트홀 후원으로 열린 이번 대회 결선은 16, 17일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장윤성(서울대 교수) 지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열렸다. 임종필(심사위원장·전 한양대 교수), 아비람 라이헤르트(서울대 교수), 유영욱(연세대 교수) 등 3명의 운영위원은 현장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결선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해외 심사위원 8명에게 전달돼 심사표 취합 및 20일 오전 온라인 회의를 거쳐 각 등위 수상자가 이날 결정됐다.


김준형은 피아노를 치는 누나(김경민·2012년 국제 하이든 콩쿠르 피아노 1위)가 부러워 부모님을 졸라 열두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를 시작하기 약간 늦은 나이였지만 한자리에 앉아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죠.”

3년 만인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뒤 이듬해 서울예고 1학년 때 독일 뮌헨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스승인 안티 시랄라(핀란드)는 1996년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이름으로 열린 제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한 바 있다. 김준형은 “선생님이 종종 내 앞에서 당시 대회의 추억을 얘기하셨다”고 말했다. 시랄라는 “귀로 먼저 잘 들은 뒤 손으로 쳐라. 모든 것을 다 노래하라”고 강조했다. 2017년 독일 ARD 콩쿠르 특별상, 2019년 덴마크 오르후스 콩쿠르 4위를 수상한 김준형은 올해 고국에서 처음으로 국제콩쿠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에게 콩쿠르 기간 중 어려웠던 점을 묻자 “결선 직전 숨이 가빴다”고 했다. 입국을 준비하는 동안 ‘입국자 10일 자가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급히 예정보다 일찍 입국해 가정용 사일런트 피아노(헤드폰을 사용하는 무소음 피아노)를 대여해 연습했지만 콩쿠르에 사용하는 콘서트 그랜드피아노와 터치가 달라 연습하기 쉽지 않았다.

앞으로 피아니스트로서 가고 싶은 길을 묻자 김준형은 솔직하게 “지금까지 어떤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왔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깊이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뮌헨음대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현대음악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장인 임 전 교수는 “김준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성과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적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조합해 성숙한 연주자임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유 교수는 “나이답지 않은 차분함과 노련함이 돋보였다. 자신의 목소리가 완성된 연주자”라고 말했다. 라이헤르트 교수는 “설득력 있는 스타일로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을 선보였다. 감각적인 음색과 앙상블의 센스를 가진 연주가”라고 평가했다.


이번 콩쿠르 입상자들은 1위 5만 달러(약 5900만 원), 2위 3만 달러, 3위 2만 달러 등의 상금을 받는다. 2등 수상자인 예수아는 2차 예선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 원로 피아니스트 신수정(서울대 명예교수)이 제공한 기금으로 시상하는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예수아에 대해 임 전 교수는 “놀랍도록 다재다능한 역량을 발휘했다”고, 라이헤르트 교수는 “정열적이고도 흠 없는 연주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광화문사옥 20층 CC큐브에서 열린다. 결선 영상은 이달 말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seoulcompetition1415)에 공개된다.

주최 : 동아일보사, 서울특별시
협찬 : LG
후원 : 상명대학교, 라율아트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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