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노 “종전선언, 미군 철수론 부를수도… 北 핵포기 전제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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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홍보본부장 인터뷰

고노 다로 일본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를 ‘냉동고 속 얼음’에 비유하면서 “하루빨리 해동시켜 여러 
협력 사업을 하자”고 말했다. 고노 본부장은 기자와의 사이에 놓인 투명 아크릴판을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옮기려 하자 “코로나19
 방지 원칙상 안 된다”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고노 다로 일본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를 ‘냉동고 속 얼음’에 비유하면서 “하루빨리 해동시켜 여러 협력 사업을 하자”고 말했다. 고노 본부장은 기자와의 사이에 놓인 투명 아크릴판을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옮기려 하자 “코로나19 방지 원칙상 안 된다”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고노 다로(河野太郞·58) 일본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11월 25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악화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치와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본부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외상과 방위상, 행정개혁담당상 등 요직을 거쳤고 현재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4) 전 관방장관이다.

고노 본부장은 한국에선 ‘강경 매파’로 인식되고 있다. 외상이던 2019년 7월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며 화를 낸 일도 그런 인식을 고착시켰다. 하지만 고노 본부장은 그 직후 남 대사를 비공개로 초대해 저녁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대사의 업무 파트너는 외무성 차관이지만 외상이 직접 나서 자리를 만든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한국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외상 시절(2017년 8월∼2019년 9월) 강경화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1998년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여러 사업을 준비했다.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일한(한일)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마치 냉동고 안의 얼음이 된 것 같다. 한국 정부가 냉동고에서 꺼내 해동시키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일본도 해동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나.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을 기초로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국 사법부의 판결은 그 협정을 뒤엎는 것이다. 먼저 그것부터 정상화돼야 한다. 한국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어떻게 보나.

“실제 북한이라는, ‘적의(敵意)’를 가진 국가가 존재하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여러 도발을 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적의가 없어졌으니 미군은 한반도에서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기상조라는 의미인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미사일 계획도 멈추겠다고 명확히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그때라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도 일북(북일) 외교관계를 앞으로 전진시켜 나가자고 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어떤 존재인가.

“북한, 중국 등과 관련한 안보 차원에서 일한, 일미한(한미일)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 분야에서도 일한 협력은 중요하다. 정치와 미디어가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다행히 일한 민간 교류는 활발하다. 한국 드라마, K팝은 일본에서 인기다. ‘사랑의 불시착’이나 BTS(방탄소년단)가 떠오른다. 나도 여러 한국 영화를 봤다.”

―정치와 미디어가 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일부 미디어가 눈길 끄는 부분만 부각시켜 보도한다. 양국에 극소수 배외(排外·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태도)주의자가 있는데, 정치가들이 그들에게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한국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일본에 있었지만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일본인들은 대부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일한 관계가 나빠지자 그런 혐한 목소리가 커지고, 점차 ‘그런가’ 하며 동조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난다. 안타깝다.”

―일본 내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정하지 않으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 외에도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후쿠시마 처리수(오염수), 도쿄 올림픽의 후쿠시마산 식재료 등과 관련한 갈등 요소가 있었다. 모두 소모적인 이슈다. 하지만 미디어가 그 이슈들을 보도하고, 그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진다. 일본에 가고 싶다는 한국인,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일본인도 많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미디어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외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2018년 10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다. 모처럼 강 전 장관과 여러 사업을 하려 했는데 그 판결로 다 무산됐다. 그 판결이 아니었다면 아마 일한 관계는 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둘기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근린 외교는 어떻게 될까.

“이제 비둘기파, 매파 구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군사 확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매우 나빠지고 있어 일한, 일미한은 서로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노 다로 자민당 의원
△ 1963년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 출생
△ 1985년 미국 조지타운대 졸업
△ 1996년 중의원 의원 첫 당선 이후 9선(選)
△ 2009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처음 출마해 낙선
△ 2015년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으로 처음 입각
△ 2017년 외상
△ 2019년 방위상
△ 2020년 행정개혁담당상
△ 2021년 자민당 총재선거 두 번째 출마해 낙선. 현재 자민당 홍보본부장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고노#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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