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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아테네에서 유독 천재가 많이 나온 이유는?

입력 2021-11-27 03:00업데이트 2021-11-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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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지도/에릭 와이너 지음·노승영 옮김/516쪽·1만8500원·문학동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은 역설적으로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다는 뜻과도 같다. 천재를 만드는 1%의 영감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저자는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리스 아테네, 중국 항저우, 이탈리아 피렌체 등 역사상 천재를 많이 배출한 도시 7곳을 둘러봤다. 그에 따르면 천재를 탄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각 도시 환경이 만들어낸 문화다.

이 책은 올 4월 출간돼 화제를 모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의 저자가 2018년에 쓴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의 개정판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14명의 철학자를 만나는 여정을 기차여행을 하듯 쉽게 풀어 써 한때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번 개정판은 표지와 제목을 바꾸는 한편 초판 본문의 오역과 어색한 표현들을 바로잡았다. 표지에 각 도시의 상징물과 더불어 비행기 삽화를 넣어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실제로 ‘위드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 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이 책을 가이드 삼아 떠나는 것도 방법일 듯싶다.

이 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아테네는 인구가 10만 명이 채 되지 않았고, 다른 도시국가인 코린트나 시라쿠사보다 부유하지도 않았다. 이런 곳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시대를 초월한 천재들을 대거 배출해낼 수 있었던 건 아테네의 개방성 덕분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항구도시 아테네에는 외국 문물이 쉽게 들어왔고, 아테네인들은 이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예컨대 당시 도자기 공예를 시작한 집단은 코린트인들이었지만 아테네인들은 여기에 색을 입히고 끌어안은 연인, 놀이를 하는 아이 등 서사를 담은 그림을 그려 넣어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또 페니키아로부터 알파벳을, 바빌로니아로부터 수학을 각각 받아들였다. 이처럼 각지에서 수용한 문물들을 아테네화하는 과정은 도시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산드로 보티첼리 등 위대한 천재들을 여럿 낳았다. 이들이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당시 피렌체를 지배한 메디치 가문의 막대한 부가 한몫했다. 많은 이들을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은 메디치 가문은 지옥에 떨어지는 걸 두려워했다. 마침 로마 교황청이 교회 관련 건축물이나 미술품 제작에 비용을 대면 면죄부를 주겠다고 제안해 메디치 가문은 이를 수락한다. 이들의 꾸준한 후원 덕에 예술가들은 그들의 열정을 펼칠 수 있었다.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는 데 메디치 가문의 죄책감이 원동력이 된 셈이다.

옛 스코틀랜드 왕국 수도였던 영국 에든버러에서는 데이비드 흄, 애덤 스미스 등 천재 사상가들이 자랐다. 저자는 에든버러의 한 술집에서 지적 결투가 벌어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손님들은 국제관계, 역사, 종교 등 다방면에 걸친 주제를 놓고 맥주잔을 기울이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현 상황에 대한 개선으로 귀결됐다. 그렇기에 다른 의견으로 논쟁이 과열돼도 인신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실용 학문을 추구하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문화는 경제학, 의학 등이 발전한 바탕이 됐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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