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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윤완준]李·尹, 경제안보 시대 생존할 미래 비전으로 경쟁하라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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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이젠 외교관도 이공계 출신들이 해야겠더라.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한 외교관이 최근 주변에 한 얘기라고 한다. 경제·기술과 안보가 한데 얽히며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 한국 외교가 처한 고민이 숨어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는 외교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둔감할 때 국가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드러냈다. 당장에는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 관련 고시에 정부가 뒤늦게 움직여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요소의 원료가 되는 석탄이 부족할 때부터 사태는 예고됐다. 중국의 석탄 부족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호주의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호주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자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석탄 채굴을 규제한 것도 컸다.

미중 갈등과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요소수 부족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한중 관계에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언제라도 안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엔 중국이 한국을 괴롭히겠다고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의도하면 언제라도 한국을 꼼짝 못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이전까지 경제와 무역은 비용의 문제였다. 경제성만 생각해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수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제 비용만으로 경제 정책을 세울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경제가 곧 안보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 문제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갈등을 대비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상품의 리스트를 점검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수출을 끊더라도 수개월 이상 견딜 수 있도록 수입처를 다변화했다는 것.

미국의 장관급 인사가 우리 정부 당국자에게 한 얘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의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첨단 기술의 원천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하는 국제 분업을 해 왔다.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첨단 기술 공급망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장관급 인사는 “그러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다 넘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술은 실리콘밸리가 개발하고 그 기술을 산업과 군사안보에 활용하는 건 중국이라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컴퓨터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 제조업의 공급망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전직 고위급 외교관은 “이 사활을 건 국가 간 경쟁이 앞으로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흙탕 싸움 대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을 가를 미래 비전을 놓고 토론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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