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방산 신기술의 향연… ‘스마트軍’ 현주소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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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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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방산]서울 ADEX 2021

2019년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ADEX) 2019’의 야외 전시장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화려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서울 ADEX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동시에 ‘K-방산’의 위상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방산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 제공
2019년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ADEX) 2019’의 야외 전시장 상공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화려한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서울 ADEX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동시에 ‘K-방산’의 위상과 발전상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방산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 제공
세계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2021’(서울 ADEX 2021)이 19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23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ADEX 2021은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한 이후 2009년 지상 방산분야까지 통합해 격년제로 개최되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항공우주방산 전문 종합 무역 전시회이다. 국내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생산 제품의 수출 기회 확대와 해외업체와의 기술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440여 개 업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
이번 전시회에는 LIG넥스원과 한화디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S&T모티브·중공업, 기아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를 포함해 28개국 440여 개 업체가 참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참가업체 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참가업체 증가에 따라 실내 전시관 길이도 2019년의 330m에서 올해는 345m로 확대됐다.

전시관에 마련된 1700여 개의 부스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신소재와 전자제어 등의 최첨단 기술이 융복합된 최신 항공기와 우주 및 지상장비 등이 선보이게 된다.

수소 연료 대형 드론과 유·무인 복합체계 장비, 가상현실(VR) 훈련체계, 소형 레이저 무기, 다목적 무인차량 등 개발 추진 중인 신기술 군사장비도 대거 전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하고 군에서 운용 중인 지상·해상·공중 무인체계 72종을 소개하는 홍보관도 설치돼 ‘스마트군’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상을 체감하는 기회도 제공된다.

민수 분야에서는 신개념 교통시스템인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도 소개된다. 정부는 2035년까지 위성 8기로 구성된 KPS를 구축해 한반도 인근에 초정밀 위치, 항법, 시각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KPS 사업은 6만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7조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자율주행 드론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진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항 활주로에 마련된 약 12만m²(약 3만 6300평) 규모의 야외 전시장의 볼거리도 풍성하다. 수출 주력품인 KT-1 기본 훈련기와 FA-50 경공격기와 개발 완료 단계인 중고도무인기(MUAV) 등 37종 45대의 항공기와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은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 31종 34대의 지상장비가 전시된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행사장 상공에서 화려한 에어쇼도 펼친다.

전시회 기간에는 해외 각국의 국방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획득청장을 포함한 고위관료와 장성 등 45개국에서 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활발한 군사외교 협력 강화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방산수출 상담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운영본부 측은 “국내 업계의 수출 마케팅 활동 지원을 위해 방한하는 해외 대표단과 G2B(정부 대 기업) 미팅 프로그램을 비롯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B2B(기업 대 기업) 미팅 매칭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 항공우주심포지엄과 미래 지상군 발전 국제심포지엄, 국방전력지원체계 등 다양한 주제로 22개의 세미나가 개최돼 세계 항공우주 방산 기술의 흐름 조망과 기술협력을 도모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운영본부 측은 행사장 방역활동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모든 방문객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나거나 72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의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다. 입장시 QR코드 인증 및 두 차례의 체온 측정도 해야 한다. 행사장 곳곳에선 에어소독기와 비대면 출입증 발급을 위한 키오스크 등도 운영된다.

이종호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장은 “행사를 안전하게 개최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관리의 우수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서울 ADEX 2021이 세계 시장에 한국의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19∼22일은 산·학·연·군 등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행사가 운영되고, 일반 관람객(초등학생 이상)은 23일 입장할 수 있다고 운영본부 측은 전했다.

반세기 만에 ‘방산 강소국’ 입지 다져
2019년에 열린 서울 ADEX 2019의 실내 전시관에서 공개된 육군의 구난로봇과 드론봇 전투체계. 동아일보DB
2019년에 열린 서울 ADEX 2019의 실내 전시관에서 공개된 육군의 구난로봇과 드론봇 전투체계. 동아일보DB
세계적인 방산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서울 ADEX는 국내 방위산업의 달라진 위상과 발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국내 방위산업은 반세기 역사를 통해 대내외적 안보 경제적 도전을 헤쳐가면서 질적 양적으로 도약을 거듭해왔다.

소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하던 ‘방산 후진국’이었던 한국은 1970년대 초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위기가 초래되자 ‘자주국방’을 구호로 내걸고 무기 국산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인력과 기술, 자원 등 모든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미국 무기를 역조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군용차량과 함정, 전차, 자주포를 자체 제작했고, 잠수함까지 독자 건조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부터는 함대함 유도무기 등 정밀유도무기를 비롯해 초음속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헬기를 설계 제작해 ‘방산 강소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 유도탄을 개발 배치하는 한편 올 4월에는 한국형전투기(KFX) ‘보라매(KF-21)’의 시제기를 완성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수출도 크게 늘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필리핀 등에 소총·탄약을 팔던 시절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전차와 자주포, 경공격기, 잠수함 등 주력 무기들을 유럽 등 80여 개국에 수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K-방산’의 발전상은 다양한 수치로도 입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국 방위산업 경쟁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 방위산업의 매출액은 2001년 3조7018억 원에서 2019년 13조9431억 원으로 3.8배 증가했다. 방산수출 규모는 2001∼2005년 누계 기준 5억 700만 달러에서 2016∼2020년 37억9800만 달러로 7.5배가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 덕분에 전 세계 방산물자 거래에서 한국 무기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0.5%에서 2.7%로 확대돼 세계 9위로 뛰었다.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1∼2005년 대비 2016∼2020년 방산 수출 상위 10개국 중 수출 증가율이 스페인에 이어서 2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한국의 국방기술 수준은 2015년 이후 미국의 80% 수준으로 세계 9위를 유지하면서 2008년의 11위보다 높아졌다. 특히 K-9 자주포 성능 개량과 155mm 사거리연장탄 및 지대공 유도무기 개발 등 화력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K-방산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전체 방산기업 매출액이 2016년 14조8000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하거나 정체 수준이고, 최근 5년간(2016∼2020년) 방산 수출액도 30억 달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방산기업 리스트에서도 한국 기업의 매출액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전후로 군함과 항공기 등 주력 수출 무기의 판매가 격감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와 주요 방산 선진국들의 견제, 과도한 지체상금(납기지연 벌금) 등 방산 관련 규제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K-방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방산’ 제2의 도약을 위하여
국내 방위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범국가적 차원의 지식기반 및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탈바꿈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로봇,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접목한 국가 종합산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구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출범한 ‘국방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 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국방과학기술 발전 컨트롤타워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무기체계 개발과 세계 방산시장 선점을 목표로 내세운 위원회는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처럼 미래 첨단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처들 간 관심사를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방과학기술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각 부처와 기관 간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국방 R&D(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서울 adex 2021#항공우주산업#방위산업#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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