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는 문학을 읽으며 어른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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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정여울 지음/272쪽·1만6000원·민음사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교과서 밑에 숨긴 소설책을 몰래 읽어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 경쟁과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잠시라도 잊고자 했던 몸부림이었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자신이 열일곱 살에 읽었던 책 25권을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보며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심리학과 철학 등의 관점에서 전달한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는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온갖 말썽을 부리며 풀다가 뽀르뚜가 아저씨를 만나 치유받고, 어른이 돼 다른 아이들을 돕는다. 개인적 치유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보며 저자는 한 걸음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열린 마음이 보물이라고 전한다. 왕자와 사랑에 빠진 ‘인어공주’는 왕자를 칼로 찔러야만 본인이 살 수 있음에도 물거품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온갖 사랑의 산전수전을 겪은 뒤 이를 다시 본 저자는 인어공주의 선택에서 고통을 감수하는 인간의 용기를 찾아낸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소크라테스를 보며 저자는 자신의 쓸모를 고민하게 하는 이 질문이 결국 생각이 한 곳에 고여 썩어가는 걸 방지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인지할 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타인의 이야기가 주는 깨달음이 나다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읽었던 책들에 다시금 눈길이 간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문학#블루밍#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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