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암 딛고 코로나 희생자 시신 수습 봉사”

이호재 기자 입력 2021-10-13 03:00수정 2021-10-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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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펴낸 강봉희 장례지도사
작년 대구 팬데믹 극심하던 상황
“누군간 해야할 일” 동료들 설득
실비만 받고 지금까지 31구 수습
12일 강봉희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장이 대구시내 병원 영안실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강봉희 씨 제공
“단장님이 신경을 좀 써주실 수 있겠습니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시신에 손을 대려는 사람이 없어서요.”

지난해 2월 25일 강봉희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장(68)은 대구시로부터 특별한 요청을 받았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팬데믹 확산세가 거셌던 당시 장례사들은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강 단장은 봉사단 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모두가 안 하겠다면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렇게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의 대구 지역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이 시작됐다.

7일 에세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사이드웨이)를 펴낸 그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장례지도사들이 기피한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31구를 수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염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는 큰돈을 준다고 해도 시신을 맡으려는 사설 장례업체가 별로 없었다. 15만 원이던 운구차 비용은 위험수당이 붙어 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는 “대구에 있는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은 장례 과정에서 실비 이외 수익을 얻지 않고 기부금과 회비로만 운영되는 봉사단체”라며 “2004년부터 대구 무연고자, 기초생활수급자 시신을 염습하는 봉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습은 일반 장례 절차와는 조금 다르다. 시체를 씻기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시신을 커다란 비닐로 밀봉한 후 의료용 팩에 넣는다. 또 입관 절차를 거쳐 사망 후 24시간 내에 화장해야 한다. 가끔 그는 봉사단 예산으로 수의를 사기도 한다. ‘입히지는 못해도 덮어 드리자’는 마음으로 고인을 밀봉한 시신 팩 위에 수의를 덮는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들이 조금이나마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면 국가로부터 전파 방지 조치 비용으로 시신 한 구당 300만 원 이하의 실비만 지급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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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이 올라간 최근에는 시신 수습이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사설 장례업체들이 코로나19 시신을 받으면서 강 단장의 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별 수익이 되지 않는 무연고자나 기초생활수급자 시신 수습은 여전히 그의 몫. 9일에도 그는 이 같은 시신을 수습했다고 한다. 돈도 못 버는 일을 왜 하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20여 년 전 방광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가 겨우 살아났어요. 2002년 병원에서 매일 창밖을 보던 제 눈에 병원 장례식장이 보였죠. 그때 만약 내가 살아서 병실 밖을 걸어 나가면 장례식장으로 오는 시신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고인이 코로나19 확진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저는 이분들을 위해 계속 봉사할 겁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강봉희 장례지도사#코로나 희생자 시신 수습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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