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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번호판 없으면 경찰 만나게…” 불법 오토바이 수천 건 제보한 시민

입력 2021-09-07 21:02업데이트 2021-09-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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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번호판이 없거나 비닐봉지를 씌우고 다니면 (제가) 경찰 만나게 해드리죠”

지난달 15일 오후 10시경 서울 광진구의 한 도로. 번호판 없이 운행하는 오토바이를 본 김준규 씨(28)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112를 눌렀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오토바이는 사라졌다. 하지만 김 씨가 현장에 머물며 이 오토바이를 뒤쫓은 뒤 경찰에게 도주 방향을 알렸다. 경찰은 김 씨가 알려준 방향대로 추격한 끝에 오토바이 운전자를 붙잡았다.

이 오토바이는 이미 한 달 전인 7월 김 씨가 번호판 없이 달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둔 오토바이였다. 김 씨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번호판 없이 다니는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오토바이 특성상 단속이 어려운데, 경찰이 신고를 받고 적극적으로 단속을 해줘서 뿌듯했다”고 전했다.

최근 오토바이와 관련한 사고와 경찰서 112 신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오토바이의 기동성과 사고 우려로 경찰이 현장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번호판을 가리거나 난폭 운전을 하는 오토바이를 신고하는 김 씨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 1년 간 불법 오토바이 운행 62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그 중 16건을 검거하는데 기여했다. 국민신문고와 공익제보단 활동까지 합치면 김 씨가 신고한 것만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김 씨는 영상으로 불법 장면을 찍어 증거를 남기고, 자리를 뜨는 운전자들을 최대한 추격해 경찰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씨가 불법 오토바이를 본격적으로 신고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집 근처에서 한 오토바이의 번호판이 없는 것을 보고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도난 오토바이로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김 씨는 “번호판 미부착 자체는 대부분 과태료에 불과하지만 더 큰 범죄를 숨기거나 신호위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번호판을 가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후 신념을 가지고 번호판 미부착 오토바이에 대해 집중 제보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의 단속 효과가 더 크겠지만 순찰차를 일부러 피해서 운행하는 더 위험천만한 경우도 있어 시민들이 주변에서 신고를 많이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오토바이 관련 112 신고가 급증했다. 서울경찰청 기준 오토바이 관련한 112 신고 건수는 올해 1분기(1~3월) 한달 평균 5473건이던 것이 7, 8월에는 8603건으로 50%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오토바이 배달이 급증하면서 신호위반 및 중앙선 침범과 같은 위법운전이나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인도주행, 주택가 굉음 등 오토바이의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불법 오토바이에 대한 시민들의 공익 제보를 장려하기 위해 김준규 씨에게 포상금과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관련 민원과 사고가 폭주하며 이륜차 사고가 많은 주요 도로에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번호판을 가린 채 도망을 가면 오토바이 특정이 힘들어 현실적으로 단속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급증하는 오토바이 문제를 막으려면 김준규 씨와 같은 시민들의 공익제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배달업체 사업주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 중이다. 시민들 또한 무리한 배달요구가 도로의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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