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성호]이대로 가면 5차 유행도 피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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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공백’ 간과한 채 섣부른 방역 완화
앞선 유행의 교훈 잊고 같은 실수 반복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담당자들은 매주 1차례 특별한 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른바 ‘온고지신(溫故知新)’ 회의다. 회의가 열리는 날을 기준으로 한 달 전 그리고 1년 전의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본다. 참석자들은 당시 어떤 상황이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이런 심층 리뷰가 현재 대응 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4차 유행 시작을 막지는 못했다. 그동안 전문가뿐 아니라 방역당국 내에서도 4차 유행 가능성을 계속 우려했다. 경고의 신호도 많았다. 4월 이후 하루 평균 확진자는 500명대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밀폐된 창고에 유증기가 차는 것처럼 감염원이 누적된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여름 2차 유행 정점 때 최다 확진자가 441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접종자 노 마스크’ 지침 같은 방역 완화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안도 내놓았다.

바닥까지 추락한 자영업자와 일상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을 감안해 거리 두기를 바꾸는 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거리 두기 개편 자체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뼈아픈 건 하필 그 시작이 7월인 것이다. 대규모 1차 접종은 26일 50대부터다. 백신 물량이 제한적으로 들어오는 탓에 7월은 사실상 ‘접종 공백’이다. 상반기에 30%에 육박했던 1차 접종률은 이달 들어 하루 0.1% 남짓 올라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백신 접종의 공백을 간과하고 방역을 완화한 건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가 아니다.

아마 정부는 ‘백신의 시간인 2월’처럼, ‘마스크를 벗은 7월’을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방역 현장의 판단과도 차이가 있었다. 방역 담당 기관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7월 방역 완화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경제와 민생 측면에서 더 늦추기 어렵다는 범정부 기조에 묻혀 별로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앞서 세 차례 유행이 남긴 교훈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지난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유행이 잦아들자 정부는 이른바 ‘생활방역’을 들고 나왔다. 곧바로 서울 이태원발 집단감염이 터졌다. 이후 확진자 증가세가 수그러들자 정부는 다시 방역 완화 방침을 내놓았다. 소비쿠폰 발행 같은 경기활성화 방안도 들고 나왔다.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광복절 연휴를 만들었다. 그 직후 누적된 감염원이 폭발하면서 2차 유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도 똑같은 결정과 조치가 반복됐고,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으로 번졌다.

1차 유행은 정점까지 11일, 2차와 3차는 각각 15일과 43일이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각각 138명, 142명, 660명이었다. 지금은 2주째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3차 유행의 경우 2개월 남짓한 동안 4만556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4차 유행은 길게 잡아서 지난달 23일 이후 2만8580명이다. 아직 4차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는 20일로 열흘이 됐고 25일 끝난다. 효과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전국적 대유행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더 강한 거리 두기를 더 빨리 적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외에 대안이 없어 보인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코로나19#온고지신 회의#5차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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